치매연기로 요양보험 받는 쪽방촌 할머니의 고백
“내가 치매에 걸린 척해야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오잖아. 행여라도 멀쩡하게 보이면 안 돼. 살려면 바보짓이라도 해야지….”
“공단 사람들 오면 내가 일부러 팔도 못 쓰는 척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미안하긴 하지. 그래도 어떡하겠어. 솔직히 말했다가는 우리 늙은 애기랑 같이 굶어 죽는 수밖에 없는데….”
할머니는 두 팔을 들어 보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치매노인 연기’를 하는 것은 노인 장기요양서비스를 싼값에 받기 위해서다. 요양보호사가 1주일에 5일을 집으로 찾아와 하루 4시간씩 음식, 세탁, 청소, 가벼운 진료 등을 해 주는데 다달이 87만 8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치매환자로 인정받으면 노인 장기요양보험 3등급 수혜자 자격을 얻어 15%인 13만 1835원만 내면 된다. 할머니는 매월 약 75만원쯤 되는 국가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스스로 치매노인을 자처하는 것이다.
김 할머니처럼 노인요양보험 등급을 받기 위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자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방문 조사단이 숫자나 나이, 날짜를 물으면 일부러 횡설수설하거나 몸이 불편한 것처럼 속인다. 경기도의 한 노인데이케어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A(27)씨는 “노인 중에 일부는 요양보험이 끊기면 자식 얼굴 보기 민망하다고 일부러 연기를 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다.
부인이 요양보험 수혜등급인 3등급으로 재가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팔순의 김모 할아버지는 “나라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그 돈을 다 내고 (요양보호사) 못 부른다.”면서 “자식들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도 싫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딱한 사정에 주변인들도 공모자가 되곤 한다. 김 할머니 집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하는 B(45)씨는 “김 할머니 집에 처음 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설거지 그릇이 가득 쌓여 있는데 그릇을 들추자마자 구더기가 나왔다.”면서 “구십 넘은 노인이 집안일을 꾸려 나갈 상황이 못 된다는 것도, 그렇다고 매달 70만원 이상을 낼 수 없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하고 열심히 집안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2012-09-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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