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순찰보트가 짙은 초록빛의 한강 수면을 양옆으로 가르며 9일 오후 2시 광나루 치안센터 앞 선착장을 출발했다. 상류 쪽인 암사동으로 뱃머리를 향했다. 섭씨 35도의 폭염을 그대로 머리에 맞으며 녹색, 아니 쑥색의 강물에서 뿜어나오는 비릿한 물냄새를 맡으니 몇분 지나지 않았는데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누가 헬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녹차가루를 살포한 듯, 더워진 강물에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암사대교 건설현장을 지나 강동대교와 미사대교에 이르기까지 가도가도 한강은 녹색의 천지였다. 멀쩡한 한강물을 기어이 보고야 말겠다는 바람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다시 출발했던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정수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 물이 우리의 식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덜덜거리는 순찰보트의 진동 때문에 생긴 멀미 기운과 섞여 욕지기가 날 정도였다.
하류 쪽 광진교 아래에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한 60대 여성이 “녹조가 심하다더니 정말 강물이 완전히 녹색이네. 더위 피하려고 나왔는데 저걸 보니 더 덥네.”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눈에 띄었을 수상스키 마니아들도 보이지 않았다.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이상훈 소방교는 “한강물이 자세히 보면 원래 녹색을 띠지만 이렇게 진한 청록색인 경우는 5년 동안 근무한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녹조는 둔치 쪽이 훨씬 심했다. 하수관과 연결된 곳들은 이끼가 낀 것처럼 녹색식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경찰 순찰보트에서 내려 잠실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수대교를 지나 한남대교 부근까지 이동하는 코스. 아래로 갈수록 상황은 상류쪽보다 심각했다. 한강의 W자 형태로 굽이진 굴곡에 해당하는 성수대교 일대는 어느 곳보다 심하게 보였다. 마포대교·여의도·성산대교 쪽도 녹조가 점령한 상태. 서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녹조가 점점 짙어지더니 오늘 최고조에 이른 것 같다.”면서 “강물에 맞닿은 구조대 건물 외벽에 녹조가 묻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4년 만에 조류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대로라면 조류 경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이해원 수질팀장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소에서 잠실 수중보 하류 5개 지점에서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검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시민들은 환경부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날 경우 3분 정도 끓이면 된다.”고 발표한 데 대해 무성의한 소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사는 주부 이모(56)씨는 “마실 물이야 끓여 먹을 순 있지만 세수나 양치질, 야채를 씻을 때마다 일일이 끓인 물을 사용할 순 없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신진호·이영준기자
sayho@seoul.co.kr
생수 판매 ‘불티’
한강에 4년 만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지자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생수를 사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한강에 4년 만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지자 생수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생수를 사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정수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 물이 우리의 식수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덜덜거리는 순찰보트의 진동 때문에 생긴 멀미 기운과 섞여 욕지기가 날 정도였다.
하류 쪽 광진교 아래에 더위를 피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났다. 한 60대 여성이 “녹조가 심하다더니 정말 강물이 완전히 녹색이네. 더위 피하려고 나왔는데 저걸 보니 더 덥네.”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눈에 띄었을 수상스키 마니아들도 보이지 않았다.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이상훈 소방교는 “한강물이 자세히 보면 원래 녹색을 띠지만 이렇게 진한 청록색인 경우는 5년 동안 근무한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녹조는 둔치 쪽이 훨씬 심했다. 하수관과 연결된 곳들은 이끼가 낀 것처럼 녹색식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경찰 순찰보트에서 내려 잠실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다. 성수대교를 지나 한남대교 부근까지 이동하는 코스. 아래로 갈수록 상황은 상류쪽보다 심각했다. 한강의 W자 형태로 굽이진 굴곡에 해당하는 성수대교 일대는 어느 곳보다 심하게 보였다. 마포대교·여의도·성산대교 쪽도 녹조가 점령한 상태. 서울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녹조가 점점 짙어지더니 오늘 최고조에 이른 것 같다.”면서 “강물에 맞닿은 구조대 건물 외벽에 녹조가 묻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는 4년 만에 조류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대로라면 조류 경보로 격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서울 암사아리수정수센터 이해원 수질팀장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녹조 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소에서 잠실 수중보 하류 5개 지점에서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검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시민들은 환경부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날 경우 3분 정도 끓이면 된다.”고 발표한 데 대해 무성의한 소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사는 주부 이모(56)씨는 “마실 물이야 끓여 먹을 순 있지만 세수나 양치질, 야채를 씻을 때마다 일일이 끓인 물을 사용할 순 없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신진호·이영준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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