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지어준데요” 양학선 부모 ‘활짝’

“새집 지어준데요” 양학선 부모 ‘활짝’

입력 2012-08-07 00:00
수정 2012-08-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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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집서 영근 꿈...훈련비 모아 송금한 효자

“우리 (양)학선이는 약속을 꼭 지키는 더 없는 효자예요. 보세요. 올림픽 금메달 약속을 이뤘잖아요. 그리고 내년에는 엄마 아빠 이름을 새긴 ‘명패 붙인 새 집’을 지어준데요.”

7일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우승, 한국 체조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은 안긴 양학선(20ㆍ한체대)의 부모 양관권(53) 기숙향(여.43)씨는 아들이 성실하면서 약속을 잘 지키는 효자라고 자랑하면서 밝게 웃었다.

양 선수의 부모가 사는 곳은 번듯한 집이 아니라 검정색 차광막을 덮은 150여㎡ 크기의 초라한 비닐하우스다.

광주에서 내내 생활하던 부부는 남편의 인대가 끊어지면서 생활이 어려워지자 2010년 8월 전북 고창군 공음면 남동마을로 이사 왔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다 농촌에서도 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애초 살려고 했던 집은 물이 새고 너무 낡아서 차마 살기가 어려웠다. 부부는 결국 새 집 마련을 포기하고 인근 밭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가재도구, 가전제품을 마련해 거처로 삼았다. 그 옆에 닭, 오리, 거위, 토끼를 키우고 농기계를 보관하는 작은 비닐하우스 3동도 지었다.

2년째 생활하는 비닐하우스는 일반 주택보다 여름이면 더 덥고, 겨울이면 훨씬 추웠다. 그렇다고 가축 300여마리와 논밭 9천㎡에서 나오는 몇백만원의 소득으로는 그럴듯한 집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밤 아들 학선이가 금메달을 따면서 부부는 내년에 새 집을 갖는 것을 실현하게 됐다. 학선이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부모의 이름을 새긴 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실 부부가 집을 갖지 못한 데는 건축비도 부족하기도 했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집을 지으면 자칫 안좋은 결과가 날 수 있다’는 점괘도 작용했다. 부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집을 지어 괜히 대사를 망치기 싫었다. 새 집은 아들의 금메달을 본 후 마련하기로 했다.

어머니 기씨는 “학선이는 약속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새 집을 마련해야죠. 아들이 멋진 집에서 그 좋아하는 라면과 돼지고기 볶음을 맘 편하게 먹도록 해야죠”라며 비닐하우스 안에 붙여둔 아들 사진과 대회에서 따낸 메달들을 매만졌다.

기씨는 아들 애기만 나오면 계속 ‘효자’라고 지켜세웠다. 형편이 여의치 못해 다른 부모들처럼 넉넉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보약도 못 챙겼지만 게의치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독하게 운동했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부모를 위로하고 도우려 마음을 많이 썼다. 국가대표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후에 받는 훈련수당 100만원을 매달 송금하고 본인은 후원비로 생활한다. 올림픽을 앞둔 두달 전에는 집(?)에 와서는 헬슥해진 엄마에게 병원비와 약값으로 쓴다며 70만원 내놓아 눈물지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도도 부족한 지 은행으로 달려가 100만원을 또 찾아왔단다. 그러면서 “어머니 아버지, 땡볕에 일하지 마세요. 조금 기다리면 금메달 따서 호강시켜드릴게요.”라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성격이 명랑하고 심성이 착하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며 이번에 큰 일을 낼 것으로 굳게 믿었다고 되뇌였다.

어머니가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동안 가마솥 더위에 한껏 달궈진 비닐하우스 안 작은 TV에서는 양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이 연속해서 방영됐다. 어머니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고정했고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가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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