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감옥계신데… ” 신20세기파 줄줄이 자수

“형님 감옥계신데… ” 신20세기파 줄줄이 자수

입력 2012-06-20 00:00
수정 2012-06-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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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감옥에 가시는데 저희들만 어찌 밖에서 지낼 수 있겠습니까.”

부산지검이 20일 칠성파와 함께 부산지역 조직폭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신20세기파’ 조직원 11명을 무더기로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낸 것은 조폭들의 ‘뜻밖의 의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은 2006년 ‘영락공원 난투극’사건이후 와해됐던 신20세기파가 2010년부터 조직원들이 잇따라 출소하면서 다시 세력을 규합하자 이들의 세력을 꺾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대대적인 단속과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끈질긴 추적끝에 지난 4월7일 부산에 은신해 있다가 서울로 도주하려던 두목 홈모(39)씨를 부산역에서 검거했다.

홍씨를 검거한 뒤 한달쯤 지나 검찰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20세기파를 자처하는 조직원들의 자수전화가 잇따라 걸려왔기 때문이다. 조직원 최모(29)씨를 비롯, 전모(29)씨 등 20대 조직원 5명이 스스로 검찰청을 찾아 감옥가기를 자처한 것이다.

이들은 전화로 “자수하면 감형해 줄 수 있느냐”고 말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형님(두목 홍씨)이 감옥에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하며 있을 수 없었다”며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자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조사를 담당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자수로 인한 감형을 계산한 측면도 있지만 신20세기파의 내부규율이 얼마나 철저하고 단단한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속기소된 11명 가운데 5명이 자수를 선택하게 된데는 검찰의 끈질긴 추적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지자 어쩔 수 없이 자수를 택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감옥가기를 자처한 이들은 모두 고교에서 유도, 레슬링, 태권도, 야구를 한 20대의 운동선수 출신들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운동선수 출신 조폭의 경우 성격이 단순 명료하고 이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 실제 두목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자수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20세기파는 1980년대 부산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기반으로 구성된 폭력조직으로 칠성파와의 세력다툼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된 폭력조직이다. 이 영화에서 영화배우 장동건은 행동대장급 조직원 ‘동수’역으로 열연했다.

이번에 검거된 두목 홍씨는 1대 공동두목 정모(63)·안모(61)씨, 2대 두목 하모(45)씨에 이어 2006년 이 조직의 3대 두목으로 활동해 왔다.

신20세기파는 2006년 1월 조직원 60여명을 동원,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해 칠성파 조직원과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계기로 조직원 대부분이 구속돼 와해됐으나 최근 조직원들이 출소하면서 재건을 노리는 과정에서 두목 홍씨가 검찰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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