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시스템敎 빠져 ‘문자지령’에 두딸 죽인 엄마

있지도 않은 시스템敎 빠져 ‘문자지령’에 두딸 죽인 엄마

입력 2012-06-20 00:00
수정 2012-06-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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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는 같은반 학부모 내연남…法 “깊이 반성해 징역 8년형”

‘시스템’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두 딸을 살해했던 비정한 엄마가 실형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현석)는 19일 자신의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범행이 계획적이었고 피해자들이 범행에 취약한 어린이들이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죄질이 중하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범행에 이르게 한 참작 동기 등을 감안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전북 부안군의 한 모텔에서 첫째 딸(10)을 욕조에서 익사시킨 데 이어 둘째 딸(7)을 베개로 질식사시키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에는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재판에서 A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B씨와 B씨의 내연남을 절대적으로 신뢰해 이 같은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A씨는 2010년 학부모 모임에서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A씨의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더 똑똑한 것을 질투, A씨를 골탕 먹이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A씨는 시스템에 등록하면 부부관계도 좋아지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제안을 받고 이에 빠져들었다.

시스템은 B씨가 꾸며낸 가상의 사이비 종교 시스템으로 ‘지령하는 대로 따르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그릇된 교리를 강요했다. 종교의 지령은 언제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전달됐고 처음에는 ‘집 앞에 피자를 사다 놓으라.’는 등 사소한 것이었지만 점차 ‘아이의 잠을 재우지 마라.’, ‘소풍을 보내지 말라.’, ‘역에서 노숙하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지령을 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요구했고 수십 차례에 걸쳐 1억 4000만원을 뜯어냈다. 특히 B씨는 A씨가 딸을 살해하도록 잔혹 살인을 다룬 영화를 보여 주고 살해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2012-06-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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