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육 바꾸는 세스 앤드루 데모크라시 프렙스쿨 교장
11년 전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20대 초반의 청년은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한국의 교육 문화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2006년 한국식 교육의 장점을 도입한 학교를 세웠다.세스 앤드루 데모크라시 프렙스쿨 교장
그로부터 6년 뒤 다시 한국을 찾은 세스 앤드루(32) 교장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교육도 K팝처럼 한류에 편성해 붐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15일부터 열리는 ‘제1회 EBS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06년 뉴욕 맨해튼의 대표적 빈민가인 할렘에 ‘데모크라시 프렙스쿨’을 세운 앤드루 교장은 훈육, 존중, 열정, 책임감, 성실 등 한국적 교육의 가치를 자신의 학교에 고스란히 옮겨 놨다.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방과 후에는 태권도와 탈춤 등을 가르쳤다.
●한국어를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
이 학교 9~11학년생 185명은 한국어를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오후 3시면 마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읽기와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오후 5시까지 남아 수업을 하도록 했다. 앤드루 교장은 “처음에는 사람들이 ‘학교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데 한국어를 왜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느냐’며 의아해했지만 한국적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교장의 이러한 철학은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고교생 졸업시험에서 영어 99%, 수학 98%의 통과율을 기록해 뉴욕주 평균을 훌쩍 넘었다. 우수한 학생들만 모인다는 특수목적고에도 뒤지지 않았다. 2010년에는 뉴욕시 최우수 차터스쿨로 선정되었고 2010~2011학년도 학교 진척도 평가에서는 뉴욕시 125개 차터스쿨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데모크라시 프렙스쿨의 교훈인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세상을 변화시키자’ 역시 앤드루 교장이 한국에 있을 당시 익혔던 교육 목표다. 그는 “한국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학생 개인의 가정환경과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에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식 교육은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면서 “미국, 특히 할렘과 같은 곳에서는 이런 믿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교육의 단점은 창의성 부족”
한국식 교육에 매료된 그도 한 가지 아쉬움을 꼽았다. 앤드루 교장은 “한국은 창의적 교육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면서 “단점을 제외하고 좋은 점만 우리 학교 교육에 적용하려 한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그런 시민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2012-06-15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