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주 ‘가짜 편지’ 수사결과 발표
“‘BBK 가짜편지’의 실체와 전모를 밝히겠다.”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46·복역중)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BBK 가짜편지’ 의혹 수사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14일 “실체와 윤곽은 분명히 있고, 사건 관련자들의 처리 방향도 다 결정됐다.”며 이같이 장담했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에게 면죄부를 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권재진 법무장관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윗선’은 없다고 못 박아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쓴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 사건과는 다른 결과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간부의 이런 장담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서는 앞선 권력형 의혹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찰이 배후 규명은 고사하고, “가짜편지인지 몰랐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면죄부를 주는 ‘짜맞추기식’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신명(51·치과의사)→양승덕(59) 전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김병진(66) 두원공대 총장(당시 한나라당 상임특보)→은진수(51·복역중) 전 감사원 감사위원(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BBK대책팀장)→홍준표(58) 전 새누리당 대표(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로 이어지는 가짜편지 전달 경로를 밝혀냈다.
하지만 가짜편지 작성 지시 라인은 ‘양승덕→신명’, 즉 양 전 실장에서 막혀 있다. ‘윗선’의 지시를 받고 신씨에게 대필을 주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 전 실장이 윗선을 밝히지 않고, 배후 규명의 키를 쥐고 있는 김 총장이나 은씨도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김경준씨가 홍 전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으로 한정해 ‘배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신명씨는 ‘가짜편지’ 배후로 최시중(75·구속)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이 대통령 손위 동서 신기옥씨 등을 지목한 바 있다.
이르면 다음 주쯤 발표할 검찰 수사 결과에서 배후 부분이 흐지부지 처리된다면 또 한번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이며 가짜편지 사건 역시 특검이나 국정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2-06-1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