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대한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이 건평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땅을 사고 파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6일 창원지검에 따르면 2005년 당시 건평씨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김해 진영의 땅 2만5000㎡를 40억원에 팔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땅은 각각 8차례에 걸쳐 분할 매각이 이뤄지는데 마지막 필지 5000㎡를 2006년 경남 김해에 있는 KEP라는 업체가 5억7000만원에 매입하게 된다. 2005년 7월 설립된 KEP는 건평씨의 측근 이모씨가 대표로 있었다. 검찰 측은 “건평씨가 KEP의 실질적인 회장으로 불렸다”고 관계를 설명했다.

이후 KEP는 땅의 용도를 변경하고 공장을 지어 제3의 회사에 33억원에 되팔게 된다. 여기서 생긴 차액 가운데 8억∼9억원 가량을 건평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창원지검 이준명 차장검사는 “KEP 회사 돈으로 땅을 매입해 여기에 공장을 지어 되파는 과정에서 노건평씨가 측근인 대표의 용인하에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이 돈은 철저하게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여기저기 사용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따라 통영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노건평씨에게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건평씨는 “KEP와 자신은 무관하다”며 추가로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해 건평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는 9억4000만원의 용처를 확인한 결과 수표로 거래된 3억원 중 1억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 계좌에 입금된 뒤 빠져나온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수표로 거래된 3억원에 대한 자금 추적 결과 2억원은 KEP로 흘러들어갔고 나머지 1억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계좌로 들어가 사저 건립 후 취득세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돈은 같은 달 노무현 전 대통령 계좌에서 노건평씨 계좌로 다시 돌아왔으며, 되돌아온 금액은 1억50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노건평씨에게 우선 적용된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준명 차장검사는 “건평씨가 첫 소환 조사에서 진의장 전 통영시장을 찾아가 부탁했고, 대리인 행세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노건평씨를 17일 오전 재소환해 조사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