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진단
불교계는 이번 도박 사태를 불교 성직자의 도덕성 추락과 종단 갈등, 그 틈새에서 기획성 폭로가 결합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불교계는 폭로의 당사자 성호 스님을, 이유야 어찌됐건 자타가 인정하듯 현 조계종 집행부에 대한 강한 반감을 지닌 스님으로 보고 있다.조계종 자성과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도법 스님이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처럼 불교와 종단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개혁운동이나 이념 투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도박 추태와 관련된 백양사 문중과도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그런 점에서 현 집행부와의 불화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성호 스님을 평소 잘 아는 불교계 인사들은 성호 스님 자신도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귀띔한다.
불교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의 음주 폭행 전력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한다. 어찌됐건 성호 스님은 현 집행부와 불교계의 타락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고발과 폭로가 그의 말대로 진정한 불교 사랑과 부처님 정신의 회복을 위한 것인지는 결국 종단의 쇄신 노력과 검찰 조사 결과가 재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종단 내 이념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님은 “뉴라이트 계열의 성호 스님이 이전에도 종단 내 종북좌파 배제를 지적한 바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사회의 이념 갈등이 조계종 내로 침투, 확산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 스님은 “게다가 안티 자승 총무원장 세력인 M스님 측에서도 이번 폭로전에 개입한 것 같다는 소문이 있어 사태의 불똥이 종단 최고위층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휴일인 13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주요 부서 스님과 종무원들이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총무원 호법부는 지난 12일 도박 당사자들을 불러 도박을 하게 된 경위와 판돈 규모에 대해 조사했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도박을 한 사실을 시인했으나 ‘억대 판돈’은 부풀려졌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종회 의장단은 14일 오후 2시 상임분과위원회를 열어 당사자 처벌 수위와 종단 입장을 조율한다. 오후 4시에는 총무원장과 교육원, 포교원, 호계원 등 조계종 3원장과 중앙종회의장이 참석하는 확대회의를 열어 대책 논의를 이어간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참회문에서 밝힌 대로 15일부터 108배 참회정진을 시작한다. 원로회의도 조만간 모임을 갖고 대국민 사과 형식의 참회문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집행부 부·실장 스님들의 일괄 사퇴로 사실상 종무행정이 겉돌고 있는 상태여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조기에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5-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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