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아기 위해 평생 헌신 ‘파란눈의 선교사’

산모·아기 위해 평생 헌신 ‘파란눈의 선교사’

입력 2012-04-07 00:00
수정 2012-04-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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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매혜란 여사에 국민훈장 무궁화장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산모와 아기를 위해 헌신한 호주 국적의 의료선교사이자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 인 고 매혜란(본명 헬렌 펄 매켄지·1913~2009) 여사에게 6일 제40회 보건의 날을 맞아 내외국인 최고의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한달간 ‘숨은 유공자 찾기’를 실시, 매 여사를 비롯해 212명에게 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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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매혜란 여사
고 매혜란 여사


●‘보건의 날’ 212명 포상

매 여사는 1913년 10월 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나환자들의 대부였던 호주 선교사 매견시(梅見是·제임스 노블 매켄지) 목사의 장녀로 태어났다. 부산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1931년 평양외국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과 함께 호주로 귀국, 1933년부터 1938년까지 호주 멜버른대 의대를 다녔다.

산부인과 의사가 된 매 여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38세 때인 1952년 호주선교사 자격으로 부산을 다시 찾아 동생 매혜영(케서린 매켄지) 여사와 함께 좌천동에서 천막을 치고 일신부인병원(현 일신기독병원)을 세웠다. 6·25전쟁에 따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여성과 아기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매 여사는 의료진의 손길이 부족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해 1953년부터 교육을 실시, 400여명의 산부인과 수련의와 2599명의 조산사를 양성했다. 또 부산과 경남 지역의 무의촌에서 매주 진료하고 가정마다 찾아가 모자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매 여사는 의사로 재임한 24년간 분만 5만 8000건, 수술 2만 7000건, 외래 142만 2000건, 입원치료 9만9000건 등의 기록을 세웠다.

안식년 때인 1974년 호주 전국을 돌며 기부금을 모아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일신부인병원으로 보내도록 매켄지 재단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1억 2852만원이 기부됐다. 2009년 호주 멜버른 카라나 양로원에서 96세로 별세했다. 매 여사에게는 생존한 두 여동생이 있으나 90세 이상의 고령으로 호주에서 생활, 훈장은 일신기독병원 인명진 이사장이 대신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는 매 여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앞으로도 숨은 유공자들을 찾아 미담사례가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공개추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추천제도로 ‘숨은 유공자’ 찾아

복지부는 구제역 확산과 연평도 포격 등 국가 재난사태 때 지역주민에게 의료봉사를 한 정희원 서울대병원장에게 황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또 본인의 지체 2급 장애에도 불구,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들의 치료를 위해 꾸준히 가정방문 지료를 해온 황수범 부산 혜명의원장도 일반 국민 추천을 통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2-04-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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