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등 73% 학생부 마구 고쳤다

특목고 등 73% 학생부 마구 고쳤다

입력 2012-03-16 00:00
수정 2012-03-1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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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30개 고교 고3 정정실태 감사 결과

지난주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 A(31·여) 교사는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는 “올 대학 수시에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하려는데, 1학년 ‘방송작가, 2학년 ‘국제회의 전문가’로 돼 있는 학교생활기록부의 진로희망을 ‘사회복지사’로 수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적힌 행동특성도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으로 고쳐달라.”고 했다. 교사는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며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이후 몇 차례 더 전화를 받았다. A교사는 “원칙도 원칙이지만 ‘나 때문에 진학을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고민스럽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부 기재사항을 고쳐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 입시의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학생부의 비중이 커지면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기재사항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특목고 13개교·자율형 사립고 12개교·자율형 공립고 2개교·일반고 및 특성화고 3개교 등 모두 30곳의 고3 학생부 정정실태를 감사한 결과, 73%인 22개교가 진로지도 상황 등 비교과영역 부분을 임의로 수정·보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37%인 11개교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긍정적인 내용으로 고쳤다. 한 학교에서는 ‘신경질적인 경향이 있으나 쉽게 잘못을 수긍하는 편’이라는 내용을 ‘목표의식이 뚜렷해 항상 노력함’으로, ‘조용히 잘 지냄’을 ‘활발하고 외향적인 학생으로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모임’으로 바꿨다. 23%인 7개교는 학생부를 정정하고도 정정대장 출력물과 증빙서류조차 남기지 않았다. ‘학생부 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규칙’은 학생부를 수정할 때 학교장 결재를 받는 등 엄격한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감사에서 적발된 교사 178명과 교장 24명, 교감 25명을 경징계와 경고·주의 처분했다. 강남의 B고 교사 17명과 교장·교감 등 19명이 징계를 받았다.

교사들은 “학부모 성화에다 진학률에 민감한 학교 측의 은근한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학생부에 손을 댈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기도의 한 고교 최모(44) 교사는 “아예 20종의 예시문을 작성, 골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예방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앞으로 학생부의 특별활동, 봉사활동 등 정성평가 항목을 임의로 고치는 행위를 성적 조작행위로 간주, 정직이나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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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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