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은폐’ 형사처벌 방침…위기관리실장 보직 해임
지난달 9일 발생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조직적 은폐’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실체 및 책임 규명을 검찰이 맡게 될 전망이다. 국내 원전 사고가 처음으로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만간 실태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를 은폐하고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수원 관계자들을 형사 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안전위 측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 사고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규 위반이라면서 “수사권이 없는 안전위 조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전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날 사고 당시 발전소장이었던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을 사고 은폐 및 관리 책임을 물어 보직 해임했다.
안전위는 사고가 난 직후인 오후 9시쯤 문병위 당시 발전소장과 실장, 팀장 등 간부들이 현장에서 사건을 덮기로 모의했다는 정황을 이날 밝혀냈다. 현장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별 문제 없이 전원이 복구됐고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에 대한 사회적 우려 등으로 국민적 불신감이 높아질 것을 고려해 보고하지 않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IAEA가 이번 사태의 해명을 요구할 것에 대비해 오스트리아 빈 IAEA 한국 대표부와 함께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사건이 핵물질 유출이나 분실 등 직접적인 IAEA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원전 운영 전반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2-03-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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