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사적지 실태 점검해 보니

독립운동 사적지 실태 점검해 보니

입력 2012-03-01 00:00
수정 2012-03-0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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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 유적지 그대로 방치·오류 글자 한 자도 안고쳐

만해 한용운 선생 등 항일 독립투사들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후대의 무관심 탓이다. 사적지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가 하면 엉뚱한 곳에 표석이 세워지기도 했다. 표석의 오류를 알면서도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있다. 사적지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무성의가 후대를 몰역사의 수렁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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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계동 58번지에 잘못 세워진 유심사 터 표석.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19년 3·1운동 직전 독립선언서 3000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던 이곳의 원래 위치는 계동 43번지다. 종로구가 표석에 덧대 놓은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판이 흉물스럽다.
서울 종로구 계동 58번지에 잘못 세워진 유심사 터 표석.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19년 3·1운동 직전 독립선언서 3000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던 이곳의 원래 위치는 계동 43번지다. 종로구가 표석에 덧대 놓은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판이 흉물스럽다.
●대부분 4년전 그대로

29일 서울신문이 서울의 독립운동 사적지 90여곳을 2008년에 이어 다시 점검한 결과 4년 전 지적했던 유적지 훼손이나 오류가 대부분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앞서 2008년 중앙대 중앙사학연구소는 독립기념관의 의뢰로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서울의 독립운동 사적지 90곳 중 70곳이 도로공사와 재개발 등으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곳이 한용운 선생이 머무르며 불교 잡지 ‘유심’을 발행했던 유심사 터다. 만해는 이곳에서 3·1운동 직전인 1919년 2월 28일 중앙학림 학생들을 불러 독립선언서 3000장을 전달했다. 3·1운동을 촉발한 뜻깊은 발원지인 셈이다.

●쓰레기 쌓여있고 엉뚱한 곳에 표석

유심사의 원래 위치는 종로구 계동 43번지다. 그러나 표석은 엉뚱하게도 100m 정도 떨어진 계동 58번지 뒷길에 세워졌다. 유심사 터에는 현재 ‘만해당’이라는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서울시도 알지만 4년째 모른 척만 하고 있다.

위치만 틀린 것이 아니다. 표석의 문구 역시 ‘중앙학림’이 ‘중앙학교’로 잘못 적혀 있다. 중앙학림은 1922년 세워진 불교계 고등교육기관으로, 불교계 항일운동의 본산이지만 표석에는 인근 사립 고등학교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이다. 심지어 종로구는 표석 뒷면에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안내판까지 덧대 놓았다. 주민 정모(66)씨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도 문제지만 독립운동 사적을 알리는 표석에 커다란 안내문을 붙이는 구청 조치가 참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여운형 선생 집터 흔적도 없이 사라져

여운형 선생이 머물렀던 계동 집터는 1989년 도로 확장 공사로 집 앞쪽이 절반 이상 잘려 나갔고 남은 반쪽도 칼국수집으로 바뀌어 있다. 이곳이 선생의 집터였음을 알리는 것은 건물 건너편에 있는 작은 표석이 전부다. 1920년대 후반 좌우 항일 세력이 합작해 결성한 신간회의 창립본부 터는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다.

이봉창 의사의 집터(용산구 효창동 118번지)를 알리는 표석은 황당하게도 원래 집터에서 약 250m나 떨어진 6호선 효창공원앞역 1번 출구에 박혀 있다. 한성 임시정부 수립을 논의했던 독립운동의 아지트(한성오 집터) 역시 표지석은 엉뚱한 곳에 세워져 있다.

4년 전 사적지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장규식 중앙대 교수는 “보존·복원 대책은 고사하고 4년이 넘도록 간단한 오류조차 고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적지 복원이 어렵다고 작은 표석 하나 세우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후손들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3·1운동길’과 같은 답사코스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신진호·홍인기·최지숙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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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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