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입력 2012-02-07 00:00
수정 2012-02-0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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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슬픔 전이 ‘연민 피로’… 자살 유혹 무방비

#1. 1년 전부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A(27·여)씨는 자살의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한강으로 나와라. 말리지 않으면 죽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남성만 생각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든다. 언제부턴가 TV에서 말다툼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린다. 작은 견해차를 겪거나, 남의 고민을 듣는 것도 두렵다. 최근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A씨는 “방금 전에도 가족 간 불화로 생을 마감하려는 30대 여성을 설득했지만 정작 내게 남는 것은 잘했나 하는 불안감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잠을 설친다.

#2. 3년째 자살예방 단체에서 일하는 B(31)씨는 작은 문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센터로 찾아와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던 30대 남성이 떠올라서다. 도박중독자였던 남성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막무가내로 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B씨는 “‘같이 죽자’며 달려드는 민원인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살 상담이 최근 급증하면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살시도자들의 사연에 동화돼 일상생활에서도 괴로움을 느끼고, 성격장애 상담자들에게 시달리며 트라우마 등 업무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감피로’나 ‘연민피로’라고 설명한다. 공감피로란 상담사 등 제3자가 실제 고통을 받았던 이와 같은 감정 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는 더 심한 경우다. 동정심이 만성화돼 아예 슬픔에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를 호소한 한 상담원은 “해결책이 안 보이는 전화 상담이 계속되면 심지어 ‘그냥 죽어버리지 왜 전화를 해 날 귀찮게 하나’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일부는 자살시도자의 요구에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 상담원은 “야간 당직을 서다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응급상황에 투입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마음고생 말고도 고충은 또 있다. 직무 특성상 24시간 연속 교대업무를 하기 때문에 여성 상담원은 육아문제 등 가정적 부담도 갖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연간 상담건수는 2009년 1만 5062건, 2010년 1만 9820건, 2011년 2만 117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상담원 숫자는 12명뿐이다. 권한도 부족하다. 통상 정신보건전문요원인 자살예방상담센터 직원은 자살시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살시도자의 위치추적은 물론, 응급 입원조차도 강제할 수 없다.

정신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나 설문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보건전문요원 자격증 소지자는 총 1만 987명. 일부가 지자체나 사립 상담센터에 소속돼 상담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전국적인 상담원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이수정(43) 중앙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상담원을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고 고민을 듣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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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노성철 서울시의원 “상도전통시장 빈 점포, 청년·관광객 찾는 문화공간으로”

2012-02-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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