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 졸업식날 경찰차 앞에 모여서…

고교생들, 졸업식날 경찰차 앞에 모여서…

입력 2012-02-06 00:00
수정 2012-02-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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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해진 졸업식…일부학생 “과민반응 불편한 측면도 있어”

6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용산고등학교 교정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정문에 버티고 선 순찰차가 유독 눈에 띄었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일탈행위 감시 활동을 벌이던 경찰관에게 부탁해 순찰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용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일탈행위 감시 활동을 벌이던 경찰관에게 부탁해 순찰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졸업식장에서는 친구와 가족끼리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는 등 정든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새 출발을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했을 뿐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일부 학생들의 돌출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이날 학교 정문 외에 후문에도 경찰관 2명을 배치해 순찰하도록 했고, 교사들도 두 명씩 4개조로 나눠 교내외를 둘러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학교 자율부 소속 이건목(16)군은 “경찰과 선생님들이 학생 안전을 책임지고 있어 크게 졸업식 분위기를 해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학생들도 졸업식 예행연습부터 가족들 안내까지 책임지며 원만하게 식이 치러지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연명흠(54)씨는 “용산고에서는 매년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체벌금지 이후로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힘든 부분도 있다”며 “아무래도 경찰이 있으면 안전하고 차분하게 식을 치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역시 이날 졸업식을 치른 용산공업고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이 학교 주변을 살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 학교 학생부장 구창모(47)씨는 “경찰이 질서유지를 도와준다면 학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라며 “경찰도 사태에 대비하는 정도일 뿐 구석구석 학교를 훑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일탈행위 감시 활동을 벌이던 경찰관에게 부탁해 순찰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경찰 출현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기도 했다.

졸업생 문준영(19)군은 “졸업식 때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떠들고 싶기도 한 게 사실”이라며 “과도한 행위 때문에 경찰이 필요할 수도 있다지만 아무래도 우리끼리는 눈치가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붉은색과 노란색 등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스키니진을 입는 등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경찰 배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반응도 나왔다.

시각디자인학과 김선우(19)군은 “사복 입은 경찰을 4~5명 봤는데 과도한 제재 같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이제 어른인 만큼 밀가루를 던지거나 옷을 찢는 등 유치한 장난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과 하은혜(19)양은 “경찰은 원래 나쁜 일 있으면 오는 사람들 아닌가. 졸업식 같은 좋은 날에는 달갑지 않다”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 학교 윤병호 생활지도부장은 “교사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생들을 통제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요즘 졸업 풍속이 워낙 예전과 달라 경찰이 오는 걸 아주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만약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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