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친구 자살 막지못한 괴로움에…

왕따 친구 자살 막지못한 괴로움에…

입력 2012-01-17 00:00
수정 2012-01-1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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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같은학교 여고생 또 투신

대전의 한 여고에 다니던 학생들이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사고가 잇따랐다.

16일 오후 6시 33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1층 출입구 지붕에 D여고 1학년 A양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30여분 만에 숨졌다.

이에 앞서 A양의 같은 학교 친구 B양이 2주 전인 지난달 3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친구 B양을 상담교사에게 데리고 가 상담을 받도록 도와줬으나, B양은 하교한 뒤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당시 이 아파트 옥상에서는 B양의 가방과 신발이 발견됐으며, 가방 안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가 없는 점을 들어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이 인터넷 게시판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교사의 도움도 받지 못해 자살했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B양의 유족은 “지난해 9월부터 일부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사고 직전인 2일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양 또한 B양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A양은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가슴 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관계자는 “A양은 B양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해 무척 괴로워했고,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아 왔다.”면서 “조금씩 나아지나 했더니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유족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B양 사망 이후 재수사를 받았던 학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B양 사고 이후 경찰의 수사를 받은 학생들이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고, 일반 학생들도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번질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2012-01-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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