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치료능력 없이 국군병원서 나흘 허비”…군당국 “군대 내 병원 우선 진료 절차 따른 것”
지난해 뇌수막염을 앓던 훈련병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숨져 군 의료체계의 허술함이 문제가 된 이후 급성백혈병에 걸린 사병이 병원만 옮겨다니다 끝내 숨진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12일 군당국과 유족 등에 따르면 육군 35사단 소속 김모(당시 21세) 상병은 작년 7월 9일 이유없는 고열로 신음하다 이튿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병원에서는 뇌수막염으로 의심해 검사를 했으나 뚜렷한 병명을 파악하지 못했다.
김 상병은 다음 날인 11일 국군대전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역시 병명을 알아내지 못했고 14일 다른 대학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병원에서는 결국 20일에야 김 상병의 병명을 급성 백혈병으로 진단했다. 이후 집중적인 치료로 일시적으로 증세가 호전됐으나 다시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김 상병은 같은 달 30일 오전 3시42분께 사망했다.
김 상병의 부모는 처음 병을 호소할 때부터 병명을 파악하기까지 열흘이 걸리면서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처음 진료한 대학병원에서 병명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국군대전병원으로 후송할 것이 아니라 진작 더 큰 종합병원으로 보내 일찍 필요한 조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병세가 심각한데도 신속하게 치료능력이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며 시간을 허비했다”며 “국군대전병원에서 한 일도 없으면서 왜 나흘씩이나 아들을 붙잡아뒀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육군 관계자는 “모두 육군으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취했다”며 “병명을 빨리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조치상의 부주의나 태만 등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육군 병사가 병을 앓아 후송될 경우 군대 내 병원에서 우선 진료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의료체계가 여전히 환자 중심주의를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사병이 군대 내 병원을 우선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내세운 것은 군 입장을 우선시하는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모든 위험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군의료체계도 없이 경직된 절차를 따른다면 같은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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