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리던 IMF 명퇴 은행원 15년만에 투신 비극

생활고 시달리던 IMF 명퇴 은행원 15년만에 투신 비극

입력 2012-01-12 00:00
수정 2012-01-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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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도 실패…계속된 경기 침체에 극단 선택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때 명예퇴직한 은행원이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10년 넘게 생활고에 시달리다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전동차에 몸을 던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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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12시22분께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김모(55)씨가 서울역 방향에서 들어오던 전동차에 몸을 던져 숨졌다.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증언을 종합해 보면 김씨는 열차가 들어서고 있다는 역내 방송이 나오자마자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선로로 다가가 몸을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나 자살임을 알리는 메모도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1997년 IMF 사태로 은행권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12월부터 본격화한 구조조정에 따라 김씨가 재직한 은행에서만 IMF 사태 발생 후 100일 동안에만 정원의 16%가 감축됐다. 김씨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채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김씨는 퇴직금으로 노래방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은행업무만 익숙했던 데다 경기침체가 겹쳐 퇴직금만 날린 채 가게 문을 닫았다.

본래 술을 좋아하던 그였지만 술에 취해야만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아내와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고정적인 일거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모아놓은 돈은 점차 바닥을 드러냈다. 집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식당일을 나갔다. 그래도 생활고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자신을 받아주는 일자리가 없자 김씨는 2년 전부터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사업에 나갔다. 일이 고정적으로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기만 하면 한 달에 급료로 130만원까지는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공공근로 일거리도 눈에 띄게 줄었다. 덩달아 일을 찾지 못해 쉬는 날도 늘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는 “생활고와 가정문제로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내뱉곤 했다. 최근에는 아예 일감이 없어 4일간 일을 못 나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일쯤 전에는 집을 나가 여관에서 생활했다. 며칠에 한 번씩 들러 밥만 먹고 나갔던 그는 지난 9일에도 집에 조용히 들어와 점심을 해결하고 나갔다.

그날 오후 아내에게 전화를 건 김씨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단 두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이 힘들다 보니 가족과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부인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진술할 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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