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최고기록…”찬 대륙고기압 강한 탓”
이번 겨울이 벌써 절반가량 지나갔는데도 서울에 눈다운 눈이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 들어 지난 10일까지 서울에 눈이 내려 적설을 기록한 날은 모두 5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겨울 공식적인 첫눈은 지난해 11월22일 관측됐지만 쌓이지는 않았다. 12월에 21일 0.7㎝, 23일 1.2㎝, 24일 0.9㎝, 28일 0.3㎝ 등 모두 나흘 적설이 기록됐다.
이 가운데 23~24일은 이틀에 걸쳐 눈이 내려 최심 적설량(내린 날을 막론하고 지표면에 쌓인 눈의 깊이) 2.1㎝로 가장 많았다.
1월에는 지난 3일 0.3㎝가 쌓이고서 아직 눈 소식이 없다.
날짜만 따지면 지난겨울 같은 기간 8일, 이태 전 7일과 비교해 조금 덜 내린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눈의 양은 크게 차이가 난다.
지난겨울에 내린 눈을 보면 올겨울 서울에 눈이 얼마나 적은지 쉽게 알 수 있다.
2010년에는 11월28일 눈이 1.3㎝ 쌓였고 12월에는 모두 여섯 차례 적설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 이상 쌓인 경우가 4번(8일 3.5㎝, 17일 2.4㎝, 28일 9.4㎝, 30일 6.5㎝)이나 있었다.
반면 올해는 눈이 내릴 때마다 곧바로 녹아버리거나 겨우 지면을 덮는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강수량은 7.5㎜로 평년 같은 기간 30.2㎜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는 지난해 12월 2~3일 비로 내린 것이어서 실제 적설이 기록된 강수는 겨우 2.5㎜다.
이번 겨울 서울에 눈이 적은 이유는 찬 대륙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계속 유지하는 바람에 눈구름을 생기게 하는 기압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날씨는 대륙고기압이 확장했다가 변질되면서 기압골이 만들어지고 때에 따라 눈이 내린 뒤 며칠 동안 추위가 풀리는 게 일반적이다. 겨울에 흔히 나타나는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도 이렇게 대륙고기압이 확장했다 물러나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올겨울 대륙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강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고 이 때문에 기압골이 눈을 쏟아낼 만큼 발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 최근 내린 눈이 대부분 습기가 적고 잘 뭉쳐지지 않는 건설(乾雪)이어서 같은 양의 강수에도 많이 쌓이는 습설(濕雪)에 비해 적설량이 적은 탓도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그렇다고 올겨울 눈에 대한 ‘기대’를 벌써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월이면 대륙고기압의 힘이 서서히 빠지면서 눈이 내리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서울의 2월 평균 강수량은 25.0㎜로 12월(21.5㎜)이나 1월(20.8㎜)보다 많다.
기상청 관계자는 “공기가 차가우면 수증기를 많이 품지 못하기 때문에 원래 몹시 추운 겨울은 강수량이 적다”면서 “장담하긴 어렵지만 남은 겨울에는 예년과 비슷한 정도의 눈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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