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이냐, 불구속 기소냐’ 초미 관심수사 장기화에 ‘스마트수사 맞나’ 논란
최재원(48) SK그룹 수석부회장이 29일 구속됨에 따라 이제 형인 최태원(51) SK그룹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검찰로서는 최 부회장 구속을 ‘상수’로 놓고 최 회장의 신병처리 방법을 결정한다는 애초 사법처리 구도를 유지할 수 있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만일 최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됐다면 원점부터 다시 사법처리 방향을 검토해야 해 사태가 복잡해질 뻔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SK 총수 형제 중 동생의 구속으로 그만큼 형에 대한 ‘사법처리 옵션’은 다양해진 셈이다. 바꿔 말하면 굳이 최 회장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공격을 당할 소지가 줄었다는 의미도 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을 구속하고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구도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최 부회장을 구속했다는 이유로 곧장 최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출 경우 자칫 면죄부를 준 수사였다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벤츠 여검사’ 사건 등 잇단 추문으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검찰로서는 재계 서열 3위의 재벌기업 총수 일가를 직접 겨냥한 이번 수사가 최고 사정기관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과시할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최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 회장의 동문관계(고려대), 테니스 친분 등이 거론된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고민들로 인해 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결정은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곧 사건을 종결하겠지만 연내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을 불구속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수사는 생물이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일부에서는 기업 투자역량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재계 3위의 대기업 총수를 구속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SK그룹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이번 수사로 SK는 내년 사업계획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고 그룹 의사결정과 신규 채용 등에도 막대한 지장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개월 이상 조사가 진행되고 최 회장 형제는 물론 임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그룹 경영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검찰의 SK 수사가 한 총장이 환부만 도려내겠다고 천명했던 ‘스마트 수사’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아날로그 저인망 수사’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스마트 수사를 역행했다는 시각을 부정하고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는 눈치다.
검찰은 일단 구속된 최 부회장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 뒤 최 회장을 한 번 더 소환할 필요성이 있을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 회장 사법처리 수위는 범죄혐의 자체에 대한 수사팀의 판단과 여러 요소를 고려한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 절충되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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