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따로 본드 따로” 대전 아파트 주차딱지 ‘애매’

“풀 따로 본드 따로” 대전 아파트 주차딱지 ‘애매’

입력 2011-12-13 00:00
수정 2011-12-13 11: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거주민은 ‘떼기 쉽게’‥방문객은 ‘강력 접착’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갔다가 ‘접착제 세례’를 받고 돌아오니 기분이 언짢았어요.”

13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장모(35)씨는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 앞 창문에 붙어 있는 ‘주차위반’ 경고장을 떼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장씨는 지난 주말 친구의 초대를 받고 둔산동 한 아파트에 갔다가 입주민 대표회 명의의 주차위반 경고장을 받게됐다.

장씨는 “이중주차를 했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붙여 놨다”며 “집에 와서 떼어보려 했지만, 강력 접착제로 붙인 탓에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아 포기했다”며 정비소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강력 접착제는 너무했다”며 “시야 확보가 어려워 운전에 방해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장씨가 ‘뿔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엔 주차위반 경고장을 떼기 쉬운 풀로 붙인다는 것이다.

장씨는 “친구 말을 들어보니 차량에 입주민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 경고장을 풀로 붙여 놓는 모양”이라며 ‘차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또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얌체’들에겐 강한 제재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처음 온 방문객에게까지 그리하는 건 너무 심하다”고 푸념했다.

아파트 관리소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입주민의 편의를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차위반과 관련한 규약은 아파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로 볼 수 있다고 돼 있다.

반면 주차구획선 내 주차구역은 도로와 주차장의 두 가지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어 도로교통법보다 다른 관계 규정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도로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차단기 등 통행 제한을 두는 아파트는 법 적용이 또 다르다”며 “단지 내 사고로 신고가 들어오면 그곳이 도로인지 아닌지를 놓고 도로교통안전공단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경고장이 안 떨어져 창문을 갈아야 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측이 적당히 선을 지키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추계기구’ 의정 갈등 돌파구 될까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구 각 분과위원회 전문가 추천권 과반수를 의사단체 등에 줘 의료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 기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추계기구 설립이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