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날 줄 상상도 못했다”

“20년이 지날 줄 상상도 못했다”

입력 2011-12-13 00:00
수정 2011-12-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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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집회 1천회’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7회부터 참가한 수요집회가 어느덧 1천회를 맞았다. 66세이던 할머니는 여든다섯이 됐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우리집’에서 만난 김복동(85) 할머니는 수요집회 1천회를 맞는 기분이 “암담하다”고 했다.

집회를 시작할 당시엔 ‘그냥 몇 번 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나갔지, 20년이나 이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사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함께 울고 웃던 많은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집회는 나간다 아이가. 몸이 아파도 나간다. 그런데 갔다 오면 아파. 어디가 크게 아픈 게 아니라 나이가 많으니까 온몸이 말을 안 듣는기라.”

부산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열다섯에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 광둥,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회상에 잠긴 할머니는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처음 끌려가서 당할 때가 제일 쓰라린 기억이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 심정을 어디다 말을 다 하겠나.”

할머니는 수요집회가 진행된 20년 가까운 기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과 무수히 많은 위안부 행사에 참여했다.

위안부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종 토론회에서 생생한 증언을 한 건 물론, 2000년에는 화가의 지도를 받아가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한과 고통을 담은 그림 모음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2009년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에 써달라며 4년여간 정부에서 받은 생활지원비 중 일부를 떼어 1천만원을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정대협 관계자와 함께 국회를 방문해 의원들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의 활동력은 약해지고 있다.

김 할머니는 날씨가 유난히 궂었던 지난 7일 999회 수요시위에 다녀온 뒤 몸이 오슬오슬 떨려 병원에 다니고 있다. 할머니는 “밖에서 비바람 맞으면서 사죄하라고 소리치는 것도 이젠 지칠 대로 지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제 그만 묻어버리고 싶은데 수요일에 집회 다녀오면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가 없어. 우리나라 대통령이 앞장서서 하루빨리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 지어 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으면 좋겠어. 이제 다시는 수요집회는 안 하고 싶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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