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두 달… 1차 수사결과 발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부장 권익환)은 지난 9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결과 2조 1680억원의 불법대출을 확인, 대주주와 경영진 등 13명을 사법처리했다고 30일 밝혔다. 대검찰청 중수부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국세청 등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합수단은 출범 두 달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 비리 사건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지금까지 사법처리된 이는 유동천(71) 제일저축은행 회장과 신현규(59) 토마토저축은행 회장 등 대주주 2명, 이용준(52) 제일저축은행장·윤영규(62) 에이스저축은행장·손명환(51) 파랑새저축은행장·고기연(54) 토마토저축은행장 등 행장 4명, 임직원 6명, 대출자 2명 등 14명이다. 이 중 12명이 구속됐다.
합수단은 제일·토마토·에이스·파랑새 등 4개 저축은행에서만 모두 2조 168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했다. 여기에는 대주주의 자기 대출 4906억원, 한도 초과 대출 4305억원, 부실 담보 대출 1조 1433억원 등이 포함됐다. 분식회계를 통해 부당하게 발행된 후순위채 1036억원도 들어 있다.
합수단은 지난 10월까지 해외부동산과 차명주식 등 비리 관련자들이 보유한 2349억원 규모의 책임·은닉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통보 조치했다. 전체 부실 규모의 10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합수단에는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한 대출자에게 7000억원을 빌려 주는 등 불법대출 과정에서 경영진과 모종의 대가성 거래가 오간 흔적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부실대출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로비스트를 기용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전방위 로비를 벌여 금감원장이 기소된 부산저축은행의 사례와 비교해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구속된 제일저축은행 유 회장이 체포 직전 금감원과 국세청 관계자와 접촉하고, 합수단의 검사 및 수사관과도 수십 차례 통화를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아직까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확대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를 끝내고도 뒷소문만 무성하게 남은 다른 저축은행의 사례를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란 우려를 검찰 스스로 안고 있는 셈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12-0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