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검찰견제’ 중심이동…집단행동 자성론도
”형사는 검사 비리를 수사하고 싶다”검·경 수사권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집단행동까지 하며 반발하고 있는 일선 경찰들이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권만 준다면 국무총리실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경찰의 내사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예고 내용을 받아들이는 대신 검찰에 대한 견제 권한을 얻겠다는 뜻으로 총리실 조정안이 입법예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과 시민 등 150명은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25일 저녁부터 26일 오전까지 밤샘 토론을 한 후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경정급 경찰은 “검사의 비리를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으로 총리실의 강제조정안을 수정할 수 있다면 나머지 부분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이 공감할 조정안은 내사라는 어려운 권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 검사의 비리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검사의 비리를 검사만 수사할 수 있게 한 총리실 조정안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경찰 관계자는 “총리실 조정안은 검찰 개혁이라는 형소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만큼 입법예고 과정에서 반드시 문제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청원 토론회나 경찰 내부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움직임을 보면 내사보다 검사 비리에 대한 수사권 문제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라며 “입법 예고 기간에 일선 경찰의 행동 방향도 이같이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이 최근 입법예고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제74조에서 공무원 범죄는 수사 개시와 동시에 검찰에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경찰에 부여해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총리실의 조정에 앞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공무원 관련 범죄 등은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사건을 지휘해야 한다는 내용을 초안에 담았다.
이에 비해 경찰은 특정 사건에 전·현직 검사 및 검찰청 공무원이 포함돼 있으면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초안에 담아 총리실에 제출한 바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민 인권과 밀접한 수사에 대한 법령을 만들면서 TV토론이나 공청회, 학계 의견을 듣는 과정없이 4개월이 넘는 기간에 단 두 번의 의견 제출과 한 번의 합숙토론으로 중재안을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절차적인 부당성도 성토했다.
다만 경찰 일각에서는 수사 경과(警科) 해제 희망원 제출과 청원 토론회 과정에서 나타난 수갑 반납 퍼포먼스 등이 과도한 수준의 집단행동이라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과를 반납했다고 수사를 안 하는 것이 아니고 토론회도 비번인 사람에 한해 근무시간 이후에 참석하도록 했지만 이런 행동이 ‘치안 공백’이라는 우려를 낳는다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며 “경찰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되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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