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 고시생 늘자 ‘수험서 사기’까지 등장

취업난 속 고시생 늘자 ‘수험서 사기’까지 등장

입력 2011-11-22 00:00
수정 2011-11-2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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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 사기까지 당하고 보니 스트레스로 폭발할 것 같았어요.”

지난 4월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한 A(29)씨는 2개월 뒤 치러질 2차 시험을 앞두고 수험서를 사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 자주 가던 사법고시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형사소송법 교재 급구(급하게 구한다)’라는 글을 올린 뒤 “깨끗한 책을 팔겠다”고 연락해 온 고모(29)씨에게 돈을 보냈다.

하지만 고씨는 A씨에게 책을 보내기는 커녕 전화번호를 없애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A씨는 “일반 거래 사이트가 아닌 ‘사시생(사법고시생) 카페’를 통해 연락을 받은 사람이라 믿고 급한 마음에 먼저 돈을 보냈다”며 “2차 시험에 붙었다면 그냥 한번 웃어넘겼겠지만, 떨어지고 보니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고씨의 사기 행각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주로 수험생으로, 이들이 준비하던 시험은 다양했다.

사법·행정고시와 회계사 자격증 등 전문직부터 경찰·공무원·금융회사 등 각종 분야를 넘나들었다.

특히 고씨는 국제공인관리회계사(CMA) 등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험 준비생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고씨는 경찰에서 “미리 관련 시험에 관한 전문 지식을 공부한 뒤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며 “생소한 분야일수록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파악했다”고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씨는 냉·난방기 등의 일반 물품 사기로 인터넷 거래 사이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며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수험서 사기’로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대부분이 휴학생이거나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해 오던 청년층이었다”며 “주머니 사정으로 저렴한 중고 서적을 찾는 이들을 유혹했다”고 전했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204명으로부터 3천7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 등)로 고씨를 구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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