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이름 왜 자꾸”…질긴 법정투쟁

“예전 이름 왜 자꾸”…질긴 법정투쟁

입력 2011-11-10 00:00
수정 2011-11-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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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명권은 인격 상징…위자료 지급하라”

지난 2006년 개명 허가를 받고 이름을 바꾼 김모(47)씨는 2009년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날아든 구상금 청구서에 개명 전 쓰던 옛 이름이 버젓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사정은 이랬다. 2007년 8월부터 약 8개월간 A보험사의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다 사직한 김씨는 ‘모집한 보험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수수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계약 때문에 회사에 돈을 돌려줘야 할 처지였다.

서울보증보험은 김씨와의 계약에 근거해 A보험사에 수수료 환수금 액수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고, 뒤이어 김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서울보증보험은 김씨가 바뀐 이름으로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전산상 남아 있던 이전 거래내역의 예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청구서에 이름을 적시한 것이다. 김씨는 새 이름으로 다시 구상금을 청구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김씨를 금융연체자로 등록해 신용카드 거래를 정지시켰다.

김씨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및 피해보상 소송을 냈고 올해 2월 성명권 침해 부분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성명권자 본인의 허락 없이 개명 전의 이름을 사용하며 시정 요구에 불응한다면 성명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서울보증보험이 김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성명권은 성명의 주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인격의 상징”이라며 “자신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성명권이 침해된 경우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보증보험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고객을 관리하던 업무 관행으로 김씨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이름 싸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배상 판결 이후에도 서울보증보험은 여전히 옛날 이름을 사용했다.

김씨는 또다시 성명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번에도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김필곤 부장판사)는 “김씨의 개명 전 이름을 사용하면 안 된다. 서울보증보험은 명령 위반시 김씨에게 1회당 1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법원은 최근 본안사건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이 제기한 항소도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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