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놓고 등록금 못내려? 35개大 재정운용 비리 백태
감사원의 대학 등록금 감사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감사 착수 시 밝힌 약속과 달리 등록금 원가 등 적정한 대학등록금 수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감사에서 사실상 제외된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 확보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정하 제2사무차장은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대학별로 재정운용의 특성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등록금이 얼마만큼 인하될 여지가 있는지 액수를 제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편법 예산운용을 비롯해 각종 비리 등 대학재정에 누수가 발생한 부분이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평가했다.35개 대학의 지난 5년간 예·결산 분석결과, 예산편성 시 보수, 관리운영비, 고정자산 매입비 등 5개 항목에서 실제 지출(결산액)에 비해 많이 잡거나 등록금 외 수입을 실제 수입보다 적게 잡는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A대학의 경우, 설계용역 실시 등 구체적 계획도 없이 2006~2008년 공과대학, 본관 신·증축비로 227억원을 계상했다가 미집행하는 등 실제 집행이 불가능한 시설사업비 예산 계상을 되풀이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대학들은 대학별로 연평균 187억원에 이르는 예·결산 차액을 만들어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활용했다.
수입을 줄이기 위해 특강이나 계절학기 수강료, 기부금, 전기 이월자금 등 항목에서 실제 수입보다 연평균 1648억원(대학별 47억원)가량 줄여 계상한 사례도 많았다. B대학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직전 회계연도의 집행잔액이 94억~345억원(연평균 188억원)이나 되는데도 한번도 이를 수입예산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학교발전기금과 학교시설 사용료 등 학교수입을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별도 계좌로 관리하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 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교비로 부담하거나 과도하게 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유명 사립대 등 14곳에서는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대부분 교비에서 부담해 최근 5년간 법인에서 받은 자산 전입금이 건설비의 1%도 되지 않았다. 국공립대 교직원에게 기성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교비 횡령 등 교육현장의 비리는 재단 이사장에서부터 총장, 말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만연했다. 지방의 A대 이사장 일가는 3개 법인을 설립해 대학 2개와 고교 2개를 운영하면서 모두 16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 7000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 5000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사장 일가의 아파트 구입 등에 돌려썼다. 또 이사장은 2년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비 15억 5000만원을 빼돌려 부인의 건물 매입 대출금을 상환한 뒤 4년제 대학 자금으로 이 돈을 갚기도 했다.
D대, E대 등 국립대 총장들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공금을 마구 썼다. 인건비 동결이라는 정부지침을 위반하고 2009~2010년 교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120억여원을 부당 인상했다.
강단에 선 일선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태도 비일비재했다. D대 교수는 연구원 15명의 인건비와 장학금 수령 통장을 관리하면서 2008년부터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장학금 등 10억원 가운데 일부만 연구원에게 돌려주고 3억 4000만원을 개인 연금으로 납부하거나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등에 이체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1-11-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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