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모녀 서울 관광 따라가보니
지난 5일 오후 2시쯤 서울 세종로 경복궁 근정전 앞. 중국인 관광객인 왕관주(王冠珠·61)·리칭(李晴·30) 모녀가 안내 팸플릿을 연신 뒤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중국인 관광객 왕관주(오른쪽)·리칭 모녀가 지난 5일 서울 경복궁에서 안내 팸플릿을 보고 있다.
모녀는 이날 오전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 대표 관광지’인 경복궁을 찾았다고 했다. 그러나 리칭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만 패키지가 아닌 개별 여행을 선택했다.”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가이드 없이 관광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경복궁에는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통역 가이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하루 3차례밖에 지원이 안 돼 시간이 맞지 않는 대다수 관광객은 이용할 수 없다.
모녀는 사정전, 강녕전 등을 구경하고 경회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침 수학여행을 온 고교생들이 큰소리로 중국인을 조롱하는 발언을 해댔다. 둘 다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모녀는 서울의 첫인상에 대해 “헌팡볜”(?方·아주 편리하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왕관주는 “길거리나 관광지에 낙엽이나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칭은 “공항과 버스, 지하철에서는 중국어 안내를 들을 수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녀는 경복궁 관광을 마친 뒤 오후 6시쯤 명동에 도착했다. 명동 한복판에 들어서자 중국어 통역 봉사자들을 발견했고, 필요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화장품 가게마다 직원들이 “환잉광린!”(歡迎光臨·어서오세요)이라고 외쳐댔다. 모녀는 비비크림과 파우더, 립스틱 등 8만원어치를 샀다.
그러나 모녀는 저녁 식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곳의 음식점을 돌아다녀도 메뉴판에 한국어와 일본어 외에 중국어 표기가 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모녀는 메뉴판에 사진이 붙어 있는 음식점을 선택했고, 닭볶음탕을 주문했다. 왕관주는 “경복궁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옆 사람이 먹는 것을 가리키며 똑같이 주문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10-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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