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곽노현 교육감 사건 전모와 쟁점

검찰이 밝힌 곽노현 교육감 사건 전모와 쟁점

입력 2011-09-21 00:00
수정 2011-09-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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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1일 곽노현 교육감을 구속 기소하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단일화 과정의 뒷돈거래 의혹에 관해 지난 44일간 조사해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밝힌 사건의 전모는 △곽 교육감이 처음부터 후보 사퇴를 전제로 돈과 자리를 제공하기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와 합의했고 △이를 바탕으로 양측 실무자가 금전적 지원액수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가 두 후보에게 보고해 최종 합의했으며 △이후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효과로 당선된 곽 교육감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자 박 교수 측이 작년 8~10월 지속적으로 이행을 요구했고 △결국 올해 2~4월 양측이 합의한 7억원 중 2억원만 박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은 “이른바 이면합의는 권한이 없는 양측 실무자가 구두로 합의한 것에 불과하고 이면협상이 있고 다섯 달이 흐른 작년 10월에야 합의의 존재를 알았다”며 수사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박 교수의 딱한 사정을 알고 선의로 2억원을 줬을 뿐 후보 사퇴의 대가는 아니었다는 기존 주장 역시 굽히지 않고 있다.

이제 곽 교육감 사건은 재판으로 넘어가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후보단일화 협상과정, 합의이행 요구, 금품 전달과정 등에서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은 모두 핵심 쟁점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어 공판과정에서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툴 전망이다.

◇후보단일화 협상 과정은 = 지난해 4월14일 진보 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시민추대위는 곽 교육감을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박명기 후보는 단일후보 선출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참가하지 않았다.

이후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이원희 후보 7%, 곽노현 후보 6.7%, 김영숙 후보(보수) 5.9%, 박명기 후보 5.3%로 지지율이 나와 진보 후보의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에 이르자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측은 작년 5월17일 후보 단일화를 위한 사전협상을 벌여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합의에 실패했다.

다음날 곽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는 점심 자리에서 1차 단일화 협상을 벌여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경제적 지원, 정책연대,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기구 위원장직 제공을 약속함으로써 단일화의 기본 방향에 합의했다.

1차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양측 실무진은 그날 오후 2차 협상에 들어가 박명기 교수가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7억원을 곽 교육감이 보전해주기로 잠정합의했으나 박 교수 측 유세차량 처리문제로 이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됐다.

5월19일 오후 2시 다시 만난 양측 실무진은 박 교수의 선거비용 보전 명목으로 곽 교육감이 7억원을 제공하고 박 교수가 정책자문기구 위원장직을 맡는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조건은 박 교수가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1억5천만원은 일주일 내에, 나머지는 8월말까지 지급하는 것이었다.

협상 타결 직후 양측 실무진은 곽 교육감과 박 교수에게 각각 합의사실을 직접 보고한 다음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곽 교육감과 박 교수는 5월19일 오후 6시30분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발표했으며, 곽 교육감은 단일화 효과로 2위 이원희 후보를 득표율 1.1% 차이로 누르고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의 주장은 여전히 수사발표와는 평행선을 달린다. 우선 곽 교육감은 작년 5월19일 양측 실무진의 합의사실을 그해 10월에야 알고 깜짝 놀랐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곽 교육감 측 선거대책본부 인사들은 지난 1일 흥사단 기자회견에서 “박 교수 측의 10억원 요구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수사발표에서 ‘각각 합의사실을 직접 보고한 후 최종 합의’했다고 적시했지만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재판과정에서는 곽 교육감이 당시 합의사실을 직후에 알았느냐, 몰랐느냐가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의 합의이행 요구 = 곽 교육감이 약속과 달리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자 박 교수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측근인 양모씨를 통해 곽 교육감의 측근에게 합의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계속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박 교수는 그해 8월20일 직접 교육감실로 찾아가 이행을 요구했고 곽 교육감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경제적 지원과 정책연대를 약속한 사실을 인정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제자인 김모씨를 통해 수회에 걸쳐 곽 교육감측에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후 곽 교육감과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최모 교수의 주선으로 만나 합의이행 요구 등을 협의했다. 이어 곽 교육감이 그해 11~12월 측근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등 수차례 만나 이행 금액과 시기 등을 협의했다. 이때 곽 교육감 측은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선거일 이후 6개월로 잘못 알고 이를 의식해 금전 지급을 지연했다.

이어 강 교수가 올해 1월17일 박 교수를 만나 7억원 중 2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하자 박 교수가 일단 2억원을 받기로 수락했다.

곽 교육감은 지난 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읽은 최후진술문에서 “작년 11월28일자 저녁회동은 형제애의 확인 자리였다. 강경선 교수의 지혜로운 노력으로 박 교수의 오해와 원망이 풀리고, 원칙이 충족됐다고 판단해 긴급부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합의이행 등을 협의한 자리였다고 밝힌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최모 교수의 만남을 곽 교육감은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 역시 이 자리의 성격을 놓고도 재판에서는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억원 전달 과정 = 곽 교육감은 지인에게서 현금 1억원을 빌리고 아내와 둘째 처형에게서 각각 5천만원을 받아 박 교수에게 줄 2억원을 마련했다.

둘째 처형에게 빌린 5천만원은 부산에서 처조카 유모씨가 직접 현금을 지니고 비행기 편으로 공수해왔다. 곽 교육감은 이렇게 마련한 2억원을 올해 2월19일부터 4월8일까지 6차례에 걸쳐 곽 교육감의 첫째 처형, 강경선 교수, 박 교수 동생을 거쳐 박 교수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강 교수와 박 교수 동생은 채권자가 강 교수이고 채무자가 박씨인 차용증 12장과 채권자가 박씨이고 채무자가 강씨인 차용증 12장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한쪽이 차용증으로 돈을 청구할 경우에 대비해 채권자와 채무자를 바꿔 쓴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또 3월17일 서울교육청 정책자문위원회 설치·운영 조례를 공포하고 6월 박 교수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후 박 교수는 6월17일 열린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에서 곽 교육감의 상임 공동 선대본부장이었던 박모 위원의 추천으로 부위원장 후보로 나가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곽 교육감은 이에 대해 “선의라고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물의가 빚어지고 교육감직에 누가 될 것을 우려해 남몰래 진행한 일이 있다”며 여러 단계를 거쳐 돈을 전달한 경위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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