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앞둔 교육현장 ‘폭풍전야’

정기인사 앞둔 교육현장 ‘폭풍전야’

입력 2011-08-23 00:00
수정 2011-08-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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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식 ‘강남-비강남 교류’ 원칙에 교장·교감 대폭 물갈이 예고

“강남권에만 오래 있어서 지금보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학교로 갈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옮겨 갈 곳의 학부모나 학생들하고 소통에 문제가 없을지 좀 걱정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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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의 A초등학교 P교장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현재 학교에서 4년을 보낸 P교장은 다음 달 1일 정기 인사에서 전출 대상이다. 4년 전 초임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도 P교장은 교사와 교감 생활을 강남권에서 근무한 이른바 ‘강남 토박이’다. P교장의 사례가 특이한 게 아니다. 서울 초·중등 인사는 수십년간 이른바 ‘블록’ 안에서 이뤄졌다. 대체로 강남권 교사는 강남권에서, 강북권 교사는 강북권에서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체제에서 관행적인 ‘블록 인사’가 깨지고 있다. P교장은 “교육격차 해소나 인사 형평성 등의 명분도 이해는 되지만 당장 생활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실제 교장·교감·장학관 정기인사를 앞둔 서울 초·중·고교가 뒤숭숭하다. 소위 ‘곽노현식 인사원칙’에 따라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 3월 인사부터 ‘과학화된 지표’를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곽 교육감은 최근 “원칙 없이 지연·학연·혈연에 의해 이뤄지던 인사를 개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교육 여건이 좋은 강남학교와 비강남학교 간 인사교류다. ‘중식 지원 비율’을 측정지표로 삼고 있다. 전병식 시교육청 초등장학관은 “중식 지원 비율이 낮을수록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로 볼 수 있다.”면서 “이 비율이 낮은 학교와 높은 학교 교장들의 교류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식 지원 비율 15% 이상인 학교의 교장과 중식 지원비율 5% 이하인 학교의 교장을 서로 맞바꾸듯 발령을 내는 것이다. 지난 3월 인사에서는 총 25명의 전출 교장 가운데 18명이 이 원칙에 맞춰졌다.

다른 원칙은 교장의 근무연한 보장이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는 정년 퇴임을 1~2년 남긴 교장이 주로 발령나는 탓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장의 열의가 부족하다.”며 반발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 측은 “전임 교장의 근무연한이 2년 미만인 학교에는 무조건 잔여 임기가 3년 이상인 교장을 발령했다.”고 강조했다. 교육여건이 떨어지는 학교에 잔여 임기가 3년 이상인 교장을 배치, 의욕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교육 현장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린다. 지난 3월 인사 때 노원구에서 송파구로 발령이 난 S교장은 “계속 강북권에 머무를 줄 알았는데 송파구 학교로 발령받아 솔직히 놀랐다.”면서 “교육 환경이 비교적 안 좋은 학교에서 열심히 일하는 교장들이 의욕을 갖고 교육에 전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강남권에서 금천구로 옮긴 K교장은 “교사들의 인식이 강남권과는 크게 다르고, 학생들의 학습의욕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면서 “객관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원 인사에 계량화된 지표를 들이대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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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8-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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