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료에 좌절된 ‘위안부 연극’ 공연

저작권료에 좌절된 ‘위안부 연극’ 공연

입력 2011-08-09 00:00
수정 2011-08-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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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광복절에 즈음해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다룬 연극을 공연해 오던 한 극단이 저작권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2년째 작품 공연을 중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9일 극단 나비에 따르면 이 극단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의 위안부 만행과 한국인 피해 여성의 고통을 주제로 한 연극 ‘나비’를 매년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공연해 왔다.

재미동포 극작가 김정미씨가 원작을 쓴 이 작품은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도 선보이며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극단 나비는 이 작품을 받아 한국적 분위기에 맞게 고친 뒤 2009년까지 매년 국내와 캐나다에서 순회공연을 했다.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할 때까지 공연은 계속된다’는 구호를 내걸고 매년 7월 말부터 광복절 직후까지 빼놓지 않고 공연을 했으며, 전국 소외계층과 종교단체 등의 초청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원작자인 김 작가가 고령인 탓에 저작권 관련 업무를 미국의 한 대형 공연기획사에 넘기면서 극단에 어려움이 찾아왔다.

예전에는 공연 수입 가운데 일부를 사례금 명목으로 원작자에게 보내는 것이 말하자면 저작권료였으나, 2009년 이후에는 미국 기획사와 직접 저작권 관련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방은미 극단 나비 대표는 “판권료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돈으로 회당 몇백만원 수준”이라며 “이런 류의 작품은 상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공연 수입으로는 그 정도 판권료도 감당할 수 없어 공연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극단은 이 작품으로 국내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수요집회 현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와 캐나다에서 꾸준히 공연하면서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이바지했음을 강조했다.

극단은 애초 일본에서도 이 작품을 공연하려 했으나 저작권료 문제가 걸리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새 작품을 독자 제작키로 하고 대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 대표는 “‘나비’ 공연은 정신대 문제를 널리 알려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자는 일종의 ‘문화적 압력’이었다”며 “후원이라도 들어와 판권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정부와 기업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으로는 ‘나비’를 빼면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정도가 그나마 잘 알려져 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나비’는 연극 특유의 호소력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많이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열정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며 “그리 큰 액수도 아닌 저작권료 문제로 작품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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