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에 수인성 전염병 우려까지….’
지난 26~28일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등 수해지역 주민들과 수해복구에 나선 작업자들이 피부병과 전염병,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가려움을 호소하는 이재민이 늘어나고 있고 생활쓰레기 등이 뒤섞인 오염된 환경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져 전염병 확산까지 우려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각 시ㆍ군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살충, 살균 소독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31일 오전 광주시 송정동 일대.
주민들은 물에 잠겼던 생활용품 등을 집 밖으로 꺼내고 건질 만한 물건을 찾거나 씻어내고 있었지만 온몸이 가렵고 수해 당시 끔찍했던 기억 때문에 고통을 호소했다.
송정동으로 이동진료를 나온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진료소에는 이날 오전에만 40명의 주민이 찾았고, 이들 중 60%가 가려움증 등을 호소해 피부연고 등을 처방받았다.
진료소를 직접 찾아오지는 않지만 수해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진료소에서 약을 처방받은 주민 조덕식(58)씨는 “물이 들이닥쳐 집에서 급히 나오려다 유리에 양팔을 긁혀 어제부터 다친 부위가 간지럽고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 진료소를 찾았다”며 벌겋게 부어오른 팔을 들어 보였다.
수해 당시 인근 청석공원에 물이 잠기는 것을 보고 집으로 뛰어들어왔다는 김상순(57.여)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두 다리에 물집이 잡히고 붉은 반점 예닐곱개가 생겼다”며 신발을 벗어 보였다.
그는 “다행히 보건소에서 나눠준 약을 먹고 가라앉았지만 잘 때는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잠자리에 누우면 20cm 높이의 물이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떠올라 수면제를 먹고 자는데도 잠이 안온다”고도 했다.
뇌경색 증세가 있는 70대 남편을 간호하고 있다는 권영숙(여)씨는 젖은 양말을 보여주며 “물난리로 발가락이 찢어졌지만 집 치우느라 살필 겨를도 없다”며 “아프거나 간지러워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집이 물게 잠겼을 때 아픈 남편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닌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3일간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본관 건물 1층과 지하가 물에 잠겨 1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은 경기 광주 초월읍 지월리 삼육재활병원의 직원들도 나흘째 계속한 복구작업 탓에 몸 여기저기가 가려워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병원 전 직원 550명과 군인 240여명, 경찰 40~60여명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발이 붓고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90% 이상의 직원들이 간지럽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복구작업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활병원 복구작업에 나선 광주소방서 한 소방관은 “거의 모든 소방관들이 다리 등이 간지럽다고 하는데 우리가 작업을 멈출 수 없지 않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병원 측은 피부병에 수인성 전염병 확산까지 우려되자 27~30일 전 직원에게 파상풍 주사를 놓았다.
수해 전까지 300여명이 입원해 있던 삼육재활병원은 8월3일까지 모든 입원환자를 수원 힐링스병원(100명)과 연세우리병원 등 인근 병원이나 재활원 3~4곳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윤우영(28) 강동성심병원 외과의사는 “복구작업을 하는 중에 오염된 물에 오랜 시간 다리를 담그고 있으면 균에 감염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작업 중에 유리 등에 긁힌 부위는 반드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상처 난 부위가 균에 감염되면 심각한 경우 온몸으로 퍼져 피부 괴사 등으로 번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수해지역에 피부병과 수인성 전염병 등 질병 예방을 위해 30일까지 일선 시ㆍ군에 살충제 2천200여ℓ, 살균제 3천여ℓ를 지원하고 1천여명의 방역인력을 동원해 880여차례에 걸쳐 방역작업을 벌이는 등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광주시 보건소는 “보건소에서는 장티푸스와 콜레라 예방주사를, 이동 진료소에서는 파상풍 예방주사를 접종하고 있는데 비가 계속 내려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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