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전쟁’ 법원 판단 기준은
카페베네, 장수돌침대, 페라가모, 아디다스, 라코스테….모두 상표권 분쟁으로 법정에 선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이름, 디자인 등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화, 음악, 미술 등의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관련 민사소송도 매년 늘어 2006년 90건에서 지난해 22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상표권을 판단할까. 상표권은 입체적 형상, 색채, 홀로그램, 동작 등 다양하지만 실제 소송은 디자인과 상품명이 대부분이다. 이를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이다. 누구나 아는 단어라면 독자적 상표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는 독자성을 인정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식별력 있는 상표인가
경기도 지역에서 ‘피자베네’라는 가게를 운영하던 최모씨는 지난해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를 상대로 서비스표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베네’(bene)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선’(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식별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베네’라는 문자를 포함하는 레스토랑이 다수 존재하고, 오히려 수요자들이 어떤 관념을 도출해 내기 어려워 식별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기택)는 최씨가 카페베네 측으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지급받고 상표권을 이전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일반 상표가 유명 브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드물지만, 반대로 유명 상표가 일반 상표를 상대로 하거나 대기업들끼리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소송은 흔하다. 하림은 교촌의 ‘핫골드윙’이 자사의 ‘핫윙’ 상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두 상표의 이름은 비슷하지만, 핫윙이라는 단어가 닭 날개를 지칭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장수돌침대도 마찬가지다. ㈜장수산업은 대리점을 운영하던 직원이 ㈜장수돌침대를 차려서 나가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장수돌침대’는 제품의 종류를 나타내는 ‘돌침대’에 오래 산다는 뜻의 ‘장수’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름이 비슷해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LG생활건강의 샴푸 브랜드 리엔(ReEn)은 웅진코웨이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를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승소했다.
●혼동할 우려가 있나
디자인은 상표명보다 난해하다. 1심과 2심 판결이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아지 모양 액세서리로 유명한 아가타는 스와로브스키가 유사한 모양의 목걸이 펜던트를 판매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 제품이 외관이나 관념이 유사해 수요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두 상표가 외관상 유사하지 않고, 유사 상품에 다양한 형태의 개나 강아지를 형상화한 상표가 존재하는 점에 비춰 볼 때 수요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라코스테와 싱가포르 크로커다일이 악어 로고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는 라코스테가 이겼다. 대법원은 “외관상 차이는 있지만 호칭과 관념이 동일하고, 상표 위치가 티셔츠 왼쪽 가슴으로 동일해 수요자가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페라가모가 금강제화를 상대로 구두 장식 오메가(Ω) 상표를 침해했다며 낸 소송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금강 제품의 장식은 약간 변형됐지만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금강은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아디다스의 3선 줄도 독일 본사가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스포츠 의류 수요자 대다수가 이 표시를 아디다스로 인식한다.”면서 승소 판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2011-06-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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