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특수재정국장 인터뷰
“국가가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제구실을 해야 한다. 등록금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수준 미달의 사립대 문제에는 정부도 책임이 크다. 등록금보다도 더 시급한 것이 대학 교육의 질이다.”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특수재정국장
황선준(54) 스웨덴 국립교육청 특수재정국장은 국적은 한국이지만 스톡홀름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스웨덴 교육행정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스웨덴 교육제도를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최근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학 등록금은 분명 너무 비싸다.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재정정책은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다. 내가 보기에 국가적으로 더 시급한 문제는 국가가 양질의 (무상)보육·유아교육을 확충하는 것이다. 가계를 돕고 출산율을 높이고 양성평등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정책이다. 고등학교에 드는 비용은 또 어떤가. 공공의료 등 개선해야 할 사회보장문제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할 문제다.
→등록금에 비해 한국 대학의 교육 수준이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많다.
-대학 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학 교육의 질’을 거론하고 싶다. 그 부분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인가도 못 받을 대학이 한국에는 너무 많다. 학생들 등록금으로 대학을 유지하면서 행세하는 사립대에 대해서는 신입생을 못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교육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평등교육에 대한 철학을 다시 세워야 한다.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지 취직 준비를 시키는 곳이 아니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지만 사회적으로 고급인력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엄청난 자원 낭비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학을 안 나오면 사람 대접을 못 받기 때문이다. 사회적 평등이 관건이다. 스웨덴은 무상인데도 대학진학률이 45%에 불과하다. 대학 안 나와도 기술이 있으면 인간답게 사는 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스웨덴이 무상교육 정책을 펴는 취지는.
-스웨덴에서 무상교육은 헌법이 규정한 원칙이다.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몇 해 전 일부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면서 학생들에게 돈을 걷은 것에 대해 교육청이 제동을 건 적도 있다. 무상에 더해 스웨덴에선 20세 이하는 한 달에 1050크로나씩, 20세 이상은 8216크로나씩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1950년대부터 초·중등과정 9년에 대해, 1965년부터는 대학까지 확대됐다. 대학생의 경우 8216크로나 가운데 5496크로나는 융자라서 65세까지 분할 상환하는 것을 뺀 나머지는 무상이다.
→평등을 강조하는 스웨덴 교육제도가 교실에선 어떻게 구현되나.
-스웨덴 교육법은 이해와 존중, 차별금지, 민주시민 육성 등을 첫머리에 언급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전인교육’의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가령 스웨덴에선 왕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학교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런던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2011-06-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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