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선택제 시행 2돌] 학생들 기피 학교 가 보니

[서울 고교선택제 시행 2돌] 학생들 기피 학교 가 보니

입력 2011-06-07 00:00
수정 2011-06-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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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 낙인… “강제배정 보상 뭐냐”

올해 첫 대입 수능 모의고사가 치러진 지난 3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의 A고교는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무실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싸늘했다. 학교 간 서열화를 막기 위해 비공개로 봉인됐던 서울 지역 후기 일반 고등학교의 경쟁률 자료가 며칠 전 서울시교육청과 국희의원실을 통해 세상에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학교 문을 연 첫해 곧바로 시작된 고교선택제는 링 위에 처음 오른 신인인 A고교에는 해보나 마나 한 싸움이었다.

●신설 학교라 치명적… 피해 보상 없어

“억울합니다.” B교감은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다른 학교의 절반도 안 되는 교사들이 학교 홍보차 교육청으로, 근처 중학교로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학생은 한 학년뿐이고, 학교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데 홍보 자료 만들랴, 설명회 하랴, 일선 교사·부장·교감·교장이 조를 짜서 하루를 한 달같이 보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1년 만에 돌아온 것은 ‘비선호 학교’ 1위라는 낙인이었다.

1년 전 개교해 역사가 전혀 없고 졸업한 선배마저 없는 신설 학교, 게다가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공립학교, 학부모가 꺼리는 남녀 공학이다. A고교는 흔히 말하는 고교선택제 단점 3종 세트를 고루 갖췄다.

“미달 학교라고 소문이 나면 일단 학부모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깁니다. 예산도 인원도 턱없이 부족한 신설 학교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지요. 그런데 배정만 해놓고 교육청은 손을 놨습니다.” 고교선택제 도입 취지는 학교 간 경쟁을 통해 우수 학교를 만들고 불리한 비선호 학교에도 지원을 늘려 양극화를 없앤다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달랐다는 게 B교감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학교가 선택한 자구책은 ‘입시 교육 강화’였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수는 결국 한 학기를 넘지 못했다. 익명의 제보로 감사에 적발된 것이다.

교사들은 하나같이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C교사는 “학기 초만 해도 학생 대부분이 자기 선택이 아닌 강제 배정을 통해 왔다는 좌절감이 컸다.”면서 “문제는 이유 없이 피해를 봤다면 거기에 따른 보상도 있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자꾸 따가운 시선만 주니까 학생도, 교사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가게 된다.”며 답답해했다.

●제도 실패 불보듯… 공정경쟁 지원을

D교사는 “인근 학교는 경쟁률을 올리기 위해 학교 운영비 2000만원을 들여 홍보 책자도 제작한다고 들었다.”면서 “비선호 학교에 대한 구체 지원 방안 없이 입시 경쟁과 인기도에 따라 결론 나는 고교선택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교감은 “원칙대로 하면 컴퓨터 자동 배정이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다고 학생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학 입시 결과만 강조하지 말고 모든 학교들이 공정하게 교육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지원이나 제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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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1-06-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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