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상 받은 보령 섬마을 억척 40대 아가씨

대통령상 받은 보령 섬마을 억척 40대 아가씨

입력 2011-06-03 00:00
수정 2011-06-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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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 맞아 부자마을 깨끗한 섬 만든 공로

충남 보령의 한 섬마을을 이끄는 억척 40대 미혼 여성이 ‘바다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3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통령 상을 받은 화제의 주인공은 마을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367.5㏊의 어장을 관리하는 오천면 장고도어촌계장 편현숙(48.여)씨.

편씨는 2007년부터 이 마을 어촌계(회원 75명)를 이끌고 있으면서 지난 한 해 동안 공동어장에 해삼과 전복, 바지락을 키워 30억원 가까운 어획량을 올리는 등 부자 어촌 가꾸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장고도어촌계는 지난해 계원 1명당 1천3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당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의 다른 어촌계가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12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자 거동이 어려운 노약자만 마을에 남겨둔 채 갯바위로 달려가 새벽부터 밤늦도록 마을 주민들을 독려하며 기름제거에 나서 보령 섬지역에서는 가장 먼저 깨끗한 해안을 만들었다.

편씨는 “당시 주민들의 생명줄인 마을 어장이 기름으로 뒤덮여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지만 오로지 마을 황금어장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십 일 동안 자갈밭을 천으로 닦아내며 제거활동에 매달려 가까스로 어장을 복구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특히 편씨는 최근 마을에서 양식하는 해삼 값이 치솟자 이를 노린 해적(해산물 도적)이 밤마다 어장에 출몰해 도적질하는데 분개해 밤마다 어선에 계원들을 태우고 밤 바다를 지키는 맹렬 여성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자매결연을 하고 도시민을 섬으로 끌어들였으며, 2008년에는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각종 체험시설 조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부자 어촌 가꾸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뛰고있는 그는 92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 효녀로도 유명하다.

편씨는 1980년에 1년간 서울 생활을 한 것 외에는 이 섬을 떠나본 적이 없는 섬마을 토박이다. 당시 섬에서는 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을 당연시했고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는 부자어촌 일구기에 대한 공로로 2007년 ‘자랑스러운 어업인상’(충남도지사)을 비롯해 2009년에는 ‘새 어업인상’(수협중앙회장), 2010년에는 ‘제18회 농어촌발전대상’(충남도지사)에 이어 이번에 대통령 표창까지 받게 됐다.

요즘 장고도는 잘 사는 섬마을로 입소문을 타면서 이주를 원하는 도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마을에 들어와서 산다고 해서 모두가 어촌계원이 될 수는 없다. 어촌계 정관에는 20년 이상 살아야 계원으로 받아들이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 섬 출신 편삼범 보령시의원은 “편 어촌계장은 1년에 고작 300만원의 수고비를 받고 마을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마을 화합을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하는 우리 지역의 보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장고도를 전국 최고의 어촌계로 만든뒤 마음에 드는 총각이 나타나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편, 장고도(면적 1.5㎢)는 대천항에서 뱃길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으며, 80가구에 260여명이 사는 섬으로 그 모양이 장구처럼 생겼다 하여 장고도라 불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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