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치밭목 인근 휴대전화 불통 이유 있었네

지리산 치밭목 인근 휴대전화 불통 이유 있었네

입력 2011-05-30 00:00
수정 2011-05-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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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휴대전화 불통지역에 수년째 중계기가 설치되지 못하는 것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동통신업체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때문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등반객이 조난을 당할 경우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어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시급히 산악용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모 이동통신사에 따르면 지리산 내 휴대전화 불통지역을 줄이고 원활한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밭목 대피소 등 2~3곳에 산악용 중계기를 설치키로 하고 2008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부지사용 승인 등에 대한 협의를 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단 측은 ‘산악용 중계기에 산불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거기서 전송되는 화면을 볼 수 있는 모니터와 PC 등을 설치해 달라’, ‘산악용 중계기 설치 이후 발생하는 통화 수익금의 일부를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고 이를 거절하자 더 이상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이통사 관계자는 주장했다.

현재 지리산 내 함양과 산청지역에는 산악용 중계기 6대와 소형중계기(3분간 통화 가능) 9대가 설치돼 있으며 이통사는 연간 1곳당 수천원~수만원의 부지사용료를 내고 있다.

산악용 중계기는 중계탑을 포함한 통신시설과 전력공급시설로 나뉘며 이를 장기간 보관할 부지가 필요한데 공단에서 부지사용을 승인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다.

해발 1천425m에 있는 치밭목 대피소는 정상인 천왕봉(해발 1천915m)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탐방객들은 이용하지 않지만, 종주산행을 하는 등반객들이 자주 찾고 있다.

하지만, 치밭목 대피소와 인근 지역은 중계기가 없어 아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유선전화도 없어 대피소를 관리하는 직원조차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 일대에서 실족 등으로 부상해 조난당한 탐방객은 구조를 요청할 방법이 없어 자칫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2007년 8월 치밭목 대피소에서 대원사 쪽으로 하산하던 허모(당시 20세)씨가 길을 잃었다.

허씨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구조요청을 못 했고 아들이 귀가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부모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 등 50여명이 수색작업을 벌여 이틀 만에 구조하기도 했다.

탐방객들은 “치밭목 대피소 인근에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들도 이용을 꺼리고 있다”며 “산악용 중계기를 설치해 만약의 조난 등 사고발생 때 사고자가 구조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통사에서 산악용 중계기를 설치하려는 곳이 산불 감시에 적합한 장소여서 산불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협의했지만, 이권을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하고 “현재 이통사와 산악용 중계기에 설치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조만간 설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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