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노린 엘리트 지능범에 끌려다닌 경찰

완전범죄 노린 엘리트 지능범에 끌려다닌 경찰

입력 2011-05-25 00:00
수정 2011-05-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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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끌다 공범 놓치고..시신 발견 안됐다면 미궁 빠질 뻔

경찰이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대학교수 강모(52)씨에 대한 수사에서 공범을 눈앞에서 놓치거나 시신 수색에도 실패하는 등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특히 경찰은 ‘시신없는 살인’이라는 완전범죄를 노렸던 대학교수 강씨의 지능적인 사건은폐시도에 말려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 실종 5일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변호사를 대동하고 불리한 진술엔 묵비권을 행사하는 강씨에게 이렇다할 단서를 잡지 못하고 허둥댔다.

경찰은 강씨가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아내와 이혼소송 중에 있었고, 아내가 해운대에서 실종된 당일 강씨도 해운대에 있었다는 사실 등으로 미뤄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는데도 강씨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신속하게 찾지 못했다.

경찰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한국컴퓨터범죄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범죄분야에 전문가인 강씨는 자신이 사용한 컴퓨터를 다시 포맷하고, 휴대전화기는 아예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다.

강씨는 특히 범행 전날인 지난달 1일 공범인 내연녀 최모(50)씨에게 시신을 운반할 차량을 확인하고 ‘맘 단단히 먹으라’는 내용으로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본사에까지 찾아가 삭제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돌입 10일만인 지난달 14일에서야 강씨의 주거지와 차량,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또 시신 유기에 사용된 최씨의 옵티마 승용차가 중고차 매물로 나온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다 박씨 실종 28일만에 뒤늦게 확인했지만 중고차 매매상에 팔린 뒤였고, 화학약품 처리가 된 차에서 증거확보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또한 내연녀 최씨의 존재를 알고 수사를 해왔지만 공범 가담을 확신한 시점엔 이미 최씨가 해외로 도피한 뒤여서 공범여부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헬기 5회, 인명구조견 6회, 연인원 2천800명이 동원되는 등 경찰이 수사초기부터 사활을 걸었던 시신 수색 작업도 허술했다.

경찰은 애초 박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고 강씨가 주거지인 만덕동 일대에 건 통화시점인 3일 오전 0시33분과 강씨의 귀가시간인 오전 1시2분 사이인 30분 안에 이동해 시신을 유기할 만한 장소를 만덕동 인근 금정산과 서낙동강으로 추정하고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지만 헛다리를 짚었다.

경찰은 실종 한달을 훌쩍 넘긴 지난 13일부터 통신수사 등으로 파악한 시신 유기 지점인 을숙도대교 주변 수색에 들어갔지만 실종 50일만인 지난 21일 을숙도 정화활동에 나선 학생이 박씨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이 발견되면서 수사가 급진전됐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강씨의 의도대로 ‘시신없는 살인’으로 자칫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뒤 소극적인 진술로 일관하는 강씨에게 임의수사 방식으로는 한계가 많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씨나 최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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