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이 된 故 김귀정씨 추모 열기

다시 희망이 된 故 김귀정씨 추모 열기

입력 2011-05-24 00:00
수정 2011-05-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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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많았던 귀정이의 죽음 헛되지 않기를”

1991년 5월 25일. 성균관대 불문과 학생이었던 김귀정(당시 25세) 씨는 전날 밤새 동아리방에서 후배들과 토론을 하다 집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 뒤 대한극장 일대에서 열린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에 나섰다.

경찰은 시위대를 포위해 골목으로 몰아 넣었고 사복체포조(백골단)는 입구를 차단한 채 사과탄과 최루탄을 시위대 머리 위로 던지며 방패와 곤봉으로 마구 때렸다.

김씨는 그 한가운데서 숨졌다.

1995년 대법원은 전투 경찰대가 과도한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해 김씨를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의 20주기를 앞두고 만난 어머니 김종분(73) 씨는 꽃다운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야기를 하면서도 눈물 대신 시종 의연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김씨는 “그날 학교 간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오늘은 치마 입고 가면 안 된다’며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가더라. 나중에 생각해보니 시위하러 가려고 그랬나 보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당시 노점서 장사하던 김씨는 딸이 많이 다쳤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아들 친구한테 택시비를 쥐여 보내고는 인근 가게에서 여학생 한 명이 숨졌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백병원으로 달려가 흰 천에 덮인 딸을 봤다.

”(숨지기 전) 어버이날에 집에 갔더니 마루에 김밥을 엄청나게 많이 싸 놓고 ‘엄마 내일 놀러 가지? 올해는 내가 돈이 없으니까 김밥만 싸줄게. 돈 벌면 좋은 거 많이 사줄게’ 하더라고. 한참 지나 생각해 보니 그때가 강경대가 죽어서 장사지낼 무렵이어서 시위하는 애들 먹이려고 그랬던 것 같아.”

당시는 명지대 신입생이었던 강경대 씨가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지면서 10여 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잇달아 목숨을 내던져 ‘분신 정국’으로 불렸던 시절이었다.

김씨는 “집에 있던 명주 이불을 가져다가 시위대 덮어주고 제대한 선배가 옷이 남루하다며 점퍼 하나 사주고 차비가 없어 걸어온 아이였다”며 “김치며 밑반찬이며 냉장고에 뭘 해놓을 새 없이 뭐든 주는 걸 좋아하는 정 많은 딸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귀정이 나이가 된 손자들이 ‘할머니’ 하고 부르면 귀정이가 ‘엄마’하고 부르던 게 생각난다”며 “마지막 소망이라면 딸이 국가 유공자로 지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성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기동민(45.한반도재단 기획위원장)씨가 기억하는 고인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기씨는 “총학생회장 선거 운동을 하면서 처음 만난 귀정이는 참 예쁘고 성실한 후배였다”며 “두세 살 어린 동기들과 지내면서도 구김살 없고 밝아서 귀정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22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20주기 추모제에는 성균관대 동문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씨는 “추모제도 10주기가 지나면서 슬프기보다는 밝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기씨는 “귀정이가 꿈꾸던 세상이 완벽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귀정이가 연결 고리가 돼서 77학번부터 11학번까지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며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자리가 다시 일 년을 사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귀정 열사 20주기 추모제 준비위원회 등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추모 기간을 정하고 분향소 설치와 사진전, 강연회, 추모 신문과 기념품 제작, 추모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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