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사비 털어 제자 돕는 교수들

3년째 사비 털어 제자 돕는 교수들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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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부 41명 참여…12명에게 전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들이 3년째 자발적으로 월급 일부를 떼서 제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3일 서강대에 따르면 경영학부 교수진 50명 중 41명이 2009년 1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급여에서 3만원씩 떼어내 ‘서강 경영교수 장학금’을 조성, 지난달 경영학부 학생 6명에게 1인당 1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했다.

교수들은 지난해에도 6명에게 같은 금액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세계 경제위기로 국내 경제 사정까지 덩달아 안 좋아졌던 2008년 말,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장학금이 만들어졌다.

여태껏 장학금을 지급받은 12명 모두 경제적인 사정이 고려돼 장학금 지급 대상으로 우선 선발됐다.

지난해와 올해 한 학기 등록금은 360만원, 370만원 가량인데 학생들이 이미 학교 본부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어 차액인 120만원을 장학금 지급액으로 정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당시 경영학과 학과장이던 박영석(51) 교수.

박 교수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수들이 장학금을 주면 다른 단과대학으로도 전파될 거고 하나의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덜 뺏기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학장님에게 먼저 아이디어를 말한 뒤 학과 교수님들에게 물어봤는데 기대보다 많은 분이 전폭적으로 흔쾌히 참여하셨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신경 써서 챙길 필요 없이 매달 월급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고 부담이 갈 정도로 큰 액수도 아니어서 제자들을 위해 기분 좋게 기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몇몇 학생들은 “나머지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른 분도 아니고 학과 교수님들이 등록금을 보태 주셔서 감사했다” “학교에 되돌려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교수들은 일단 올해 12월까지 꼬박 3년간 급여에서 매달 3만원씩 기부하기로 했으며 올 연말에 다시 의견을 수렴해 기부 금액, 기간을 늘릴 계획이다.

한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들은 학교에서 각 학부에 배정한 ‘자율 경비’를 절약해 모은 돈으로 지난달 성적우수 학생 50명, 경제 사정이 어려운 학생 26명에게 각각 50만원과 100만원씩 학업보조비도 지원했다.

박영석 교수는 “기부라는 게 습관적으로 돼야지 ‘내가 언제부터 기부하겠다’고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났을 때 주변에 점점 더 크게 (영향이) 확산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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