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블로그] ‘지진대피훈련’ 과천청사에선…

[경제블로그] ‘지진대피훈련’ 과천청사에선…

입력 2011-05-05 00:00
수정 2011-05-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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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지진대피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과천종합청사 1동 내에 울렸다. 하지만 대피를 하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은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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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4일 열린 제 384차 지진대비 민방위훈련에서 서울 서초 양재동 레인보우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책상아래에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어린이들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4일 열린 제 384차 지진대비 민방위훈련에서 서울 서초 양재동 레인보우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책상아래에 대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건물에서 지진대피장소까지는 불과 20여m였지만 건물 바로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약 3m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에 바빴다. 11시 15분에 해산 사이렌이 울리기까지 대피를 하는 행렬이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지진이 일어났다면 대피 인원 중 절반은 족히 사망할 정도였다.

고위 공무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부처의 고위 공무원들은 임원 회의를 중단하고 재빨리 정해진 대피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다른 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해산 3분 전인 11시 12분에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외부 전화가 길어져서 그랬다는 것이 그가 말한 이유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췄으니 상대적으로 고층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대피하기가 더 힘들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지진이 피해가는 것은 아니다.

대피훈련 자체도 문제였다. 지진이 발생한 경우 대피를 못하고 내부에 남아 있는 이들의 대응요령이나 전산망 등 핵심시설에 대한 대비훈련은 없었다. 지진 시 대피 반경도 정확하지 않았다. 단지 일하던 공무원들만 건물 밖으로 나가면 그만인 ‘산책용(?)’ 훈련이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지진도 안 나는 나라에서 대피훈련 자체가 무의미한데 훈련으로 바쁜 사람들 업무만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형식적인 훈련은 오히려 실제 지진 때 ‘양치기 소년’의 효과만 나타나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필요 없는 대피훈련을 한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 볼 대목이다.

이날 과천종합청사의 지진대피훈련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그냥 공무원들 일이나 하게 두시라.’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1-05-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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