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때문에” 손자 버린 할머니에 집유 선고

“생활고 때문에” 손자 버린 할머니에 집유 선고

입력 2011-05-04 00:00
수정 2011-05-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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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로 손자를 길가에 버린 할머니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서창석 판사는 자신이 돌보던 어린 손자를 길가에 유기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A(53.여)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아들 부부의 별거로 손자 2명을 홀로 맡아 키우게 된 A씨는 지난 2007년 11월 당시 3살이던 B군과 함께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인천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내린 뒤 B군에게 ‘우유를 사올테니 잠시 기다려라’고 말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지난해 12월 B군의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게 되자 유기사실을 숨기려고 지난 2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며칠 뒤 인천의 한 보육원에서 B군을 발견해 A씨에게 인계했다.

조사 결과 행인이 혼자 길가를 헤매는 B군을 파출소로 데리고 갔고 경찰은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B군을 근처 보육원에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지난 2월 경찰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3년2개월여 동안 이 보육원에서 자랐다.

A씨는 법정에서 ‘형편이 어려워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애들을 돌보느라 일을 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손자를 버렸다’라며 선처를 요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B군에게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건을 계기로 B군이 재결합한 부모와 함께 정상적으로 살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로 B군이 평생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유기기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한 것이 B군의 인격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녀보호의 1차 책임을 가지는 부모의 별거로 인해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B군을 맡게 됐고 생활고 탓에 극단적인 행동을 한 점과 B군이 무사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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