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이냐 민영이냐’ 구룡마을 긴장감

’공영이냐 민영이냐’ 구룡마을 긴장감

입력 2011-05-01 00:00
수정 2011-05-0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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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개발 왜 막나” vs “잇속 챙기려 여론몰이”

서울시의 공영개발 계획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오전 구룡마을은 겉보기에는 평소처럼 평온했다.

마을 입구에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는 초소가 세워져 있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들 사이로 강아지들이 가끔 뛰어다닐뿐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 겨우 주민 한 명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마을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터에서 고장난 가전제품을 수거하던 한 주민은 “괴상한 동네”라는 말만 반복했다.

길게는 20년 넘게 한마을에 살아온 이들이지만 개발 방식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마을을 둘로 갈라놓은 모습이었다.

많은 주민은 서울시의 공영개발 계획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면서 “그동안 민영개발을 주장해온 주민자치회 사람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해왔다”고 전했다.

박모(40)씨는 “공영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할까봐 말도 못하고 서로 쉬쉬하고 있었다”고 했고, 김모(51.여)씨도 “자치회에서 자기들 말 잘 듣는 사람들에게만 아파트 분양권을 줄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앞으로 피 튀기게 싸울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영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자치회가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마치 마을 전체가 민영개발을 원하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한다고 비난했다.

형편이 어려운 대부분 주민은 민간업체가 아파트를 지어도 들어갈 돈이 없는데도 제 잇속을 챙기려 ‘배부른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치회는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마을을 방치하며 해준 것도 없으면서 이제와서 공영개발 방식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주민자치회 유귀범 회장은 “수도와 전기도 우리가 민간업체에 손수 맡겨서 했다. 주민들이 민간업체와 뭐 좀 해보겠다고 하니까 막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공영개발을 하면 보증금 6천만원에 월세 40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그만큼 돈이 있으면 벌써 다른 곳에 집을 구해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방식을 놓고 마을에 이처럼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인 정모(67)씨가 이곳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씨는 마을 주민들에게 “아파트를 지으면 보증금 없이 임대로 살게 해주고 5년이 지나면 3.3㎡당 400만원 정도인 건축비만 받고 아파트를 명의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계획대로라면 주민들은 1억원으로 강남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25평(82.5㎡)짜리 아파트 한 채를 얻는 셈이어서 자치회를 중심으로 정씨에게 협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정씨는 구룡마을 일대에 주민 몫 1천200여 가구를 포함, 모두 2천700여 가구를 짓는 내용의 개발계획안을 내기도 했다.

서울시가 녹지 훼손과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SH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도록 계획을 짜 발표하면서 민영개발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마을에서는 자치회가 주민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게다가 민영개발 계획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민 사이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주민은 “공영개발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주민 서명을 받아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민영개발이 마을 전체의 뜻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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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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