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륙 태풍 갈수록 강해진다

한반도 상륙 태풍 갈수록 강해진다

입력 2011-04-22 00:00
수정 2011-04-2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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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대비 77% 늘어 해수온도 상승이 주요인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이 갈수록 강하고 끈질기게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루사·나니 같은 독한 태풍의 발생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3.75개의 태풍이 영향을 미치고 이중 1.4개가 직접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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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기상청과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와 지속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12시간 이상 영향을 미친 태풍의 숫자는 1977~88년 27개였던데 비해 1997~2008년에는 46개로 77% 이상 늘었다. 태풍의 영향을 받는 총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1977~88년 우리나라가 태풍의 영향을 받은 총 시간은 약 38시간이었는데 1997~2008년에는 46시간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더 강해진 태풍이 한반도 인근에 더 오래 머문다는 뜻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2시간 이상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한반도 주변의 기후변화로 태풍의 생명력이 그만큼 질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태풍 강도도 세지고 있다. 태풍의 강도를 나타내는 열대성저기압 강도지수(PDI)를 측정한 그래프를 보면 1975년 이후 파동의 진폭이 커져 현재는 2배 이상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반도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것이 문제.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주변 해수온도가 1도 정도 올랐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라면서 “온도가 1도 상승하면 머금는 수증기량은 7%가 늘어나는데, 이는 태풍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진 동아시아지역의 해수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이 상승해 태풍의 강도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의 상층과 하층 간 속도차가 줄어들어 태풍의 소멸이 더뎌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태풍은 세로로 길다란 모양인데, 상·하층 간 속도차가 크면 그만큼 빨리 태풍의 위·아래가 분리되고 소멸도 빨라진다. 1997~2008년의 제트기류 상·하층 속도차는 1977~88년보다 3㎧가 줄었다. 허 교수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중국과 우리나라 상공의 제트기류 상·하층 간 속도차가 줄고 있다.”면서 “이것이 해수면 온도 상승과 맞물려 태풍의 생명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태풍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국가태풍센터는 올해부터 3일 전에 하던 태풍 예보를 5일전부터 하기로 했다. 김태룡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센터장은 “2007년이후 대형 태풍이 상륙한 적은 없지만 언제든 매미나 나니급의 태풍이 올 수 있어 대비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1-04-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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