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시타델’이 피랍 막았다

‘완벽한 시타델’이 피랍 막았다

입력 2011-04-22 00:00
수정 2011-04-2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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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텐진호 소말리아 해역서 납치될 뻔… 청해부대 무사구출

21일 새벽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을 항해하던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인 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될 뻔하다가 구조됐다.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20명은 선박 내 마련된 긴급피난처로 피신해 안전했으며, 오후 7시 30분쯤 청해부대 최영함에 의해 전원 구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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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소속 한진텐진호 연합뉴스
한진해운 소속 한진텐진호
연합뉴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한진텐진호는 오전 5시 15분쯤 국토해양부 상황실로 위험신호를 보낸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 사실은 청해부대를 통해 합동참모본부로 전달됐으며, 한진텐진호는 소말리아 동방 460마일 해상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정부는 위험신호 이후 연락이 두절되자 해적에 의한 피랍 등 위험에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청해부대 최영함을 급파하는 한편 연합함대에 지원을 요청, 인근에 있던 터키군함이 오전 8시 30분쯤 현장으로 출동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터키군함이 헬기를 띄워 현장을 살펴보니 선박이 정지된 채 갑판은 점등 상태였고 외부에 해적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해 왔다.”면서 “선원들이 안전지대로 대피해 있다고 파악하고, 최영함을 현지에 투입해 안전하게 선박을 장악하는 작전을 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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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영함 링스헬기는 오후 2시 30분 한진텐진호에 접근했으며, 최영함은 오후 4시 40분쯤 선박에 접근했다. 청해부대 UDT팀은 오후 6시 30분쯤 승선해 격실을 모두 뒤지고 피난처에 있던 선원 20명 전원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1시간 만에 상황을 종료했다. 한 관계자는 “최영함이 바로 승선하지 않고 인근을 순회하면서 주변을 상세히 점검했다.”면서 “오랜 시간 동안 해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매복해서 우리를 유도사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선박 내 해적은 없었으며, 선상에서 해적의 것으로 추정되는 AK소총 실탄 3발을 수거했다. 합참 관계자는 “선교에 다수의 맨발 자국이 발견된 점으로 보아 해적들이 선교까지 올라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측은 “해적으로부터 두 차례 총격을 받은 직후 엔진을 정지시키고 피신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진해운 측이 피난처 및 물대포 설치 등 자체 안전대책을 잘 세워 선원들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며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 후 상선회사들이 자구책을 많이 강구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측은 승선 1주일 전부터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철제 빔을 갖춘 긴급피난처는 물론 강력한 물대포를 갖추는 등 만일의 해적 공격에 대비하며 운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번 삼호드림호 구출 과정에서 겪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며 “이번 한진텐진호 사건의 경우 준비를 잘해 작전비용을 빼고 전혀 들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신용도도 얻게 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선원 20명이 모두 무사하다는 소식에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직원들은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김영민 사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의 임직원 10여명은 자리를 지키며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직원은 “600여명의 본사 임직원들이 오늘 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오후까지만 해도 선원들의 생사가 불투명해 속을 태웠다. 선박과 선원을 관리하는 부산의 한진 해사그룹(HSM)도 밝은 표정이다. HSM 측은 “선원이 모두 안전하다고 하니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HSM은 한진텐진호 선원들 스스로 선박 상태를 점검해 큰 문제가 없으면 애초 예정대로 운항을 재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선박 운항에 지장이 있다면 배를 가까운 항만으로 이동시켜 수리하게 할 예정이다.

HSM 관계자는 “해군과 정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해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오상도·오이석기자 chaplin7@seoul.co.kr
2011-04-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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