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호킹’ 신형진씨 인생 2막 첫발

‘연세대 호킹’ 신형진씨 인생 2막 첫발

입력 2011-04-21 00:00
수정 2011-04-2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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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연구소에서 근무…연구 장비·공간 등 별도 마련

전신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올해 초 입학 9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연세대 호킹’ 신형진(28)씨가 모교 연구소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는다.

생후 7개월부터 전신 근육이 마르는 희소질환을 앓아온 신씨는 과학적 재능을 포기하지 않고 02학번으로 연세대에 입학해 올해 2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1일 연세대(총장 김한중)에 따르면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신씨는 이르면 5월부터 이 대학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에서 일할 예정이다.

학부 때 신씨를 지도했던 이경호 교수는 “형진군이 연구소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합의됐다. 어떤 교수님들과 어떤 과제를 할지는 앞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업 이후 형진군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했었는데 유학이나 다른 길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다가 연구소 쪽은 최근에 이야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응용연구소는 1994년에 연세대 부설로 설립됐으며 멀티미디어ㆍ컴퓨터 그래픽, 인공지능,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등 소프트웨어 응용과 정보통신 분야의 기반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공과대학과 다른 학과들이 협동 연구를 하며 정부나 기업이 의뢰하는 여러 과제를 맡아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소에서의 신씨의 신분과 구체적인 업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는 신씨가 휠체어에 누워서 일해야 하고 안구 마우스가 장착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연구 환경과 공간을 마련해주려고 논의할 예정이다.

신씨가 졸업하기까지 늘 그림자처럼 곁을 지켰고 올해 졸업식에서는 명예졸업장까지 받은 어머니 이원옥(65)씨는 “졸업한 지 두 달이 돼 가는데 모교로 돌아가는 것부터 모든 게 다 감동적이다. 학교에서 여러모로 신경 써 주시고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부생 때는 돈 내고 배우는 것이었지만 연구원으로는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할 텐데 걱정이 많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하면 작은 승리가 큰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졸업 이후 두 달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지냈는데 선후배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끊임없는 격려와 관심을 보내왔다고 한다.

어머니 이씨는 “학교에 오랜 기간 다녔는데 3월부터 안 가니까 이상하기도 하고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더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형진이가 ‘엄마가 진짜 연대생 같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서워하고 절망하면 희망의 끈이 보이지 않지만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면 가까이서 기적이 잡힌다는 걸 믿고 싶다. 형진이가 9년간 학교 다니면서 졸업도 했으니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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