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기회는 헛꿈” vs “차후 보완하면 될 일”

“공정한 기회는 헛꿈” vs “차후 보완하면 될 일”

입력 2011-03-03 00:00
수정 2011-03-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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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검사 우선 임용안’ 후폭풍… 법조계 찬반논란 확산

■뿔난 연수원생 60% 입소식 거부… 현수막 시위도

지난 1일 오후 10시. 경기 고양시 장항2동 사법연수원 기숙사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42기 사법연수원생 일부가 각 방을 돌며 입소식 참가 여부를 물었다. 앞서 이들은 연수원 측으로부터 ‘입소 거부는 징계사유가 돼 판사나 검사에 임용될 수 없다’는 이메일을 받았던 터. 그들 말대로 평생 공부만 해온 ‘범생이’들은 그렇게 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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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시위
빈자리 시위 법무부의 검사 임용 방침에 반대하는 사법연수원생들이 2일 경기 고양시 장항2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입소식에 집단 불참하면서 행사장인 사법연수원 대강당 좌석이 절반 이상 비어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일 오전 9시 10분. 기숙사 로비에 42기생 100여명이 모였다. 오규진씨는 “많이 떨린다.”고 말했고, 김두섭씨는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라면서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0시 5분. 입소식 예정시간이 지났지만 연수원 대강당은 절반 넘게 비어 있었다. 먼저 식장에 입장한 교수들은 두리번거렸다. 한 교수는 “이게 다예요?”라면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10시 15분. 임명장 수여식이 시작되자 김씨와 오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나가 펼친 현수막에는 ‘로스쿨 검사 임용 방안 철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단상에 자리잡은 사법연수원장과 교수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고, 이들의 돌발 행동을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다.

10시 20분.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은 축사에 앞서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여러분 의사 확실히 표현했습니까.” 그는 “연수원생들은 국가공무원 신분”이라며 “법령을 준수하고 사생활을 조심할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10시 25분. 이날 현수막을 들어 입소식 거부 의사를 밝힌 김씨와 오씨가 대강당 밖에서 입을 열었다. 이들은 “로스쿨생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채용하는 것은 공정성·객관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입소식 무더기 거부 사태. 974명 중 40%가량만 참석했다. 참석한 이도, 불참한 이도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연수원생들은 법무부가 추진 중인 ‘로스쿨생 검사 우선 임용’ 방침에 반발하면서 입소식을 거부했다. 내년에 배출되는 로스쿨생 중 대학원장의 추천을 받은 성적 우수자를 면접 후 검사로 우선 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

입소식에 참석하지 않은 정모(32·여)씨는 “면접만으로 검사를 뽑는 방식 자체가 불공정하다.”면서 “소위 ‘있는 집’ 자제들만 검사에 임용될 것이 뻔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지방에서 농사 짓는 아버지가 ‘부모가 잘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시더라.”면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죽어라 공부만 했는데 헛꿈이었다.”고 말했다. 박모(24)씨는 “법무부안은 로스쿨생에게는 아주 큰 선물이고, 연수원생에게는 재앙이다.”라고 주장했다.

입소식에 참여한 연수원생들도 의견은 비슷했다. 강모(23)씨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입소식에는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2기 자치회장 손정윤씨는 “입소식에 참여한 사람들도 ‘로스쿨생 검사 임용’안에 반대하는 마음은 같다.”면서 “창립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조만간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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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난 로스쿨생 ‘밥그릇 싸움’ 역풍 우려 속 찬성 고수


로스쿨생 검사 임용 방안 철회를 요구하며 일으킨 사법연수원생들의 사상 초유의 입소식 대거 불참 사태에 대해 로스쿨 재학생들은 일단 섣부른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이 제도로 실질적 이득을 보게 된 입장에서 사법연수원생 측 행태를 직접 비난할 경우 ‘밥그릇 싸움’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신 로스쿨생 검사 임용 방안 자체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당연한 제도”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형주(제주대) 로스쿨학생협의회장은 “이 제도를 통해 여러 법조 직역 중 검찰 쪽으로도 로스쿨생이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로스쿨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재학생 입장에서는 2017년 사법시험이 완전 폐지되고, 로스쿨 출신으로 법조인이 채워지므로 검사 역시 로스쿨생 출신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9)씨는 “법조인들이 로스쿨 출신으로 점점 채워지는 상황에서 제도를 바꾸지 않고 사시 폐지 이후 갑자기 바꾼다면 혼란은 뻔한 일”이라며 “로스쿨생 검사 임용과 같은 제도를 지금부터 적용해 차차 보완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련 제도의 공정성 보완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울의 한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32)씨는 “로스쿨생 검사 임용안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원장 추천이나 교수 주관이 들어가는 학점을 기준으로 검사를 임용하는 건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과 같은 시험을 통해 성적 순으로 검사를 임용하는 것이 가장 잡음이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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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1-03-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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