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보지 않은 쓸쓸한 노숙인의 죽음

아무도 돌보지 않은 쓸쓸한 노숙인의 죽음

입력 2011-01-21 00:00
수정 2011-01-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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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의 지하철역에서 최근 숨진 노숙인이 폐결핵 등 심각한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돼 사회안전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노숙인 유모(60)씨는 지난 19일 오전 4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서울역사 12번 출구통로에서 이불을 덮고 숨진 채로 지하철 역무원에게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유씨는 간경화,패혈증,폐결핵 등 각종 지병과 합병증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에 입회해보니 사망 원인이 동사가 아니라 폐결핵에 의한 사망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유씨가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바람에 폐결핵이 악화해 숨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119구급대는 사망 몇 시간 전에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별다른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드러나 소극적으로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 상황에 부닥친 노숙인에 대한 구급 조치 체계도 없고,소방당국과 노숙인 지원시설 간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구급대와 경찰이 당일 오전 1시께 유씨가 통증을 호소한다는 역무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몸 상태를 확인했지만,호흡·맥박·혈압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역무원들과 함께 그를 역사 셔터 밖으로 옮기고 그냥 돌아간 것이다.

 철로 등 주요 시설물로 접근하는 외부인을 막으려고 일정 시각 이후 통행을 차단한다는 역 운영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이들은 병원 치료 의사를 묻는 말에 유씨가 고개를 젓자 의료기관에 인계하지 않았고,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노숙인에 대한 거리지원 활동(아웃리치)을 벌이는 인근 노숙인 상담시설에도 연락하지 않았다.

 구급대 관계자는 “술을 마신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 만취한 유씨를 맡길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그래도 유씨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운영 실태를 보면 허점투성이다.

 구급인력은 응급 상황의 노숙인에 대한 명확한 대응 매뉴얼 없이 개별 신고에 응하고 있고,시설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거리지원 활동이나 거리 상담소,진료소 개방도 24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으려면 시급히 치료가 필요한 노숙인들이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거리 현장을 중심으로 한 상시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한다.

 특히 노숙인들은 폭음이 잦고 영양 상태가 불량한데다 제대로 된 초기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아 폐결핵과 간질환,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의료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영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수시로 역을 방문해 살피는 현장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역 등에 ‘포스트’를 만들어 24시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밤에는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유씨 경우는 폐결핵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저체온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노숙인들 사이에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역 인근의 한 노숙인 상담시설 관계자는 “인권문제 등이 우려돼 노숙인을 맘대로 옮기거나 센터에 입소시키기 쉽지 않다.소방당국과 더욱 밀접한 협조가 이뤄지도록 하고,24시간 안내 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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