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구조대원들의 안타까운 순직

베테랑 구조대원들의 안타까운 순직

입력 2010-12-03 00:00
수정 2010-12-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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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한강에서 시신 인양 작업을 하다 순직한 두 소방관은 10년 이상 일한 베테랑 구조대원이었지만 선실에 갇힌 채 사납게 밀려든 물살에 목숨을 잃었다.

 소방당국은 건국대병원에 두 대원의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장례를 광진소방서장으로 치러 안타까운 희생에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선실 안에 있던 구조대원들 희생

사고 당시 보트에 타고 있던 5명 가운데 순직한 고(故) 장복수(42) 소방장과 권용각(39) 소방교는 구조대원들이 ‘하우스’라고 부르는 선실 안에 있었다.

 무게 1.98t에 최대 42노트의 속력을 내는 이 구조용 보트는 앞 부분 절반이 항해와 구조작업 지휘를 위한 선실이어서 뒤쪽에 있는 출입문 한 개를 제외하면 세 면이 모두 막혀있다.

 보트가 전복될 당시 항해 특기인 권 소방교는 키를 쥐고 있었고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부대장인 장 소방장은 무전기를 들고 상황실과 연락을 취하며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구조대는 잠실대교 남단 둔치 앞 강물에 떠있는 변사체를 발견하고 인양하다 보트가 암초에 걸렸고 보트를 후진해 암초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강한 바람과 거센 물결이 들이닥쳐 보트가 뒤집혔다.

 선실 밖에 있던 구조대원 3명은 자력으로 강을 빠져나왔지만 순직한 두 대원은 선실로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강물을 이겨낼 수 없었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지 1시간여 만에 선실 안에서 권 소방교를 구조했고 또 1시간여 지나 사고 지점에서 30~4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장 소방장을 발견했지만 두 사람 모두 몸이 차갑게 식은 뒤였다.

 소방당국은 장 소방장이 뒤집힌 보트의 선실에서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차갑고 거센 물살 때문에 수면 위로 나오기 전에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갈수기여서 수심이 낮아 암초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보트가 전복되고서 강 가운데 쪽으로 밀려들어간데다 찬 강물이 선실 안으로 갑자기 들어와 무척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항해사 꿈꿨는데…”

순직한 권 소방교는 광진소방서 수난구조대 창설과 함께 구조 업무에 투신해 줄곧 보트와 구조선의 키를 잡은 베테랑 항해사다.

 어릴 때부터 항해사를 꿈꿔 대학 졸업 후 원양어선을 5년 동안 탔던 그는 1998년 2월 수난구조대가 생기면서 항해 특기로 소방에 입문했고 본서에 근무한 1년가량을 제외하고 10년 이상을 수난구조대에서 일했다.

 형 용석(45)씨는 “얼마전 3교대로 바뀌기 전까지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면서 몸이 힘들다고 했다.그러면서도 근무에 지장이 있다며 술도 거의 안하는 착실한 애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광진수난구조대 첫 대장으로 2년 동안 그와 함께 일했던 고정호 소방경은 “말수가 적고 성실한 성격이어서 윗사람이 잘못을 지적해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직원들과 잘 지냈다.한강 바닥 지형을 속속들이 아는 베테랑 항해사인데 어쩌다 사고를 당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안타까워했다.

 1995년부터 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광진수난구조대 3대’를 진두지휘했던 장 소방장은 부인과 초등학생 두 딸을 남겨두고 떠나면서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기로 해 주위를 숙연케했다.

 동서인 이완규(42)씨는 “G20 행사 때 엄청 고생하면서도 항상 즐겁게 일했다.생각이 긍정적이고 참 착한 사람이다”라며 “평소 세상을 떠나면 어려운 환자를 위해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말해 각막 기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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