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포격 피하자마자 건물에 포탄”

“1차포격 피하자마자 건물에 포탄”

입력 2010-11-25 00:00
수정 2010-11-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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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보건지소장의 연평도 긴급 통신

또 떨어지지 않을까. 지금 가장 힘든 것은 공포(恐怖 )다. 겁에 질린 주민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꽃게잡이철을 맞아 들썩이던 연평도는 ‘유령도시’가 됐다.

악몽 같은 밤이 지난 24일 새벽녘부터 공무원과 군인들이 유리 파편과 가루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폭발음 때문에 새시창을 비롯해 깨지지 않은 유리가 없을 정도다.

●온통 쑥대밭… 또 떨어질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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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보건지소장
이상협 보건지소장
오전에도 유리 조각에 찔린 환자가 찾아왔다. 도로청소는 빨리 이뤄지고 있으나 건물 내부 정리는 아직 손이 가지 못하고 있다. 시내 거리가 스산할 정도로 무척 썰렁하다.

밤새 공포에 떨고 대피소에서 한뎃잠을 잔 주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썰물처럼 섬을 빠져나갔다. 보건소에 찾아오는 이도 드물다. 오전에 들으니 아침에만 400명인가 빠져나가고 오후에는 200여명 나갔다고 한다. 남은 사람은 수백명. 이들조차 거리를 활보하지 않기 때문에 더 텅빈 것처럼 느껴진다.

포 맞아 쑥대밭된 건물 말고 남아 있는 건물도 부서지고 금이 가 성한 것이 많지 않다. 거리 여기저기에 널린 포탄 파편과 쓰레기를 군인들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치우고 있다. 웬만한 건물 바닥은 대부분 유리가루투성이다. 보건소도 쓸고 치우느라 반나절이 걸렸다.

다행히 천운으로 화는 피했다. 23일 오후 북한군의 1차 공격으로 건물이 크게 흔들리자 환자들과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날 밝자 대부분 섬 탈출 유령도시

보건소 바로 옆 15m 거리에 있던 대피소로 이동하자마자 보건소 한쪽 귀퉁이로 포탄이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세상에” “하늘이 도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이간 건물은 아슬아슬하다.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이 굴을 따러 해안가에 나가 인명피해를 줄였다. 산불 때문에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으며, 잔불이 남아 있는 곳도 더러 있다.

방공호로 연기가 들어와 피신한 주민들이 오후 4시쯤 연평초등학교로 옮겨갔다. 아직도 산불 연기 때문에 목과 코가 답답하고 눈이 따갑다.

23일에는 80여명의 아이들과 노인들이 모여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은 포탄 소리에 울고 어른들은 소리를 질러대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평화가 ‘전쟁’으로 변한 지금 무서움에 떨고 있다. 또다시 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바로 옆에서 문 여닫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오늘 오전 배로 임신 6개월인 아내부터 인천으로 대피시켰다. 끝까지 남겠지만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은 그지없다.

●주민들 굴 따러가 인명피해 줄어

해경 배 두척에 나눠 타고 대피할 때 연평도 부둣가에 주민들이 많이 몰렸다. 처음 배 탈 때 서로 밀치고 하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정신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린아이들을 먼저 태웠고 노약자, 아이 보호자 한 명이 같이 탈 수 있어 가족들이랑 본의 아니게 헤어지기도 했다.

정리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0-11-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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